“두 번의 실패는 없다”…여성벤처 ‘성공신화’ 일구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여성벤처 ‘성공신화’ 일구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11.27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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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윤소라 ㈜유아이 대표

첫 창업 좌절 후 포기 않고 재도전
산업용 테이프 제품화, 기업 일궈
여성 CEO 권리 신장에도 앞장서

제주여성 강인한 정신 성공 비결
한국 남성중심 사회 변화 위해
여성 스스로 주도하는 노력 필요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회사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회사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지낸 윤소라 ㈜유아이 대표를 최근 만났다. 마흔넷 나이로 창업에 성공, 중견기업을 이끌고 있는 그녀 역시 실패의 고통을 맛봤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는 그녀는 200% 준비를 하고 다시 도전한다면 두 번의 실패는 없다고 조언했다.

 

창업,실패를맛보다

실패를 맛보지 않은 자, 성공의 단맛을 얘기하지 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같은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지내고 여성 벤처기업가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윤소라 유아이 대표도 실패를 딛고 11년 만에 오뚝이처럼 일어선 제주여성이다.

요즘 말로 경력단절 여성이었고 마흔 네 살에 시작했어요. 처음 실패했던 회사에서 제 퇴직금과 여윳돈을, 10원도 남기지 않고 정말 홀라당 다 까먹고 쫄딱 망한 거죠.”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웃으며 지난 일을 풀어놨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실패의 쓴 맛은 여운이 길다.

17년간 중소수출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능력자로 통했던 그녀였다. 결혼과 출산을 거쳐 경력단절 여성으로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녀이기에 도전의 그림자엔 200%의 준비가 담겨져 있다고 말한다.

시작은 어떠했을까?

일본어 공부가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첫 직장이 섬유업체였는데 유럽연수 후에 일본 유학을 가게 됐고 거기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하게 된 것이 의류업체의 수출담당이었어요. 디자인부터 납품까지 전체 분야를 관리하게 됐는데, 취미와 특기가 야근일 정도니까. 그때는 다 그랬어요. ‘여성이니까못한다는 말을 듣기 싫었고 제주여성들의 악착같은 기질, 대충하기 싫어하는 그런 특징 같은 게 있잖아요. 그리고 일도 재미있었고요.”

결혼 후에도 그녀의 손에서 일은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년생 두 아들을 키우며 일을 한다는 건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때만 해도 출산휴가가 한달이었어요.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여정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한 거예요.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소중한 시기였으니까요. 그래서 월급이 적어도, 직책이 낮아도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 ‘야근하지 않고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일자리를 찾은 거죠.”

그녀가 재취업한 곳은 전자화학업체 사장의 비서. 하지만 거기서도 그녀는 두각을 나타내 3개월만에 무역팀장을 맡게 된다. 경력단절로 인정받지 못했던 직책도 다시 찾았지만 내근직에서 다시 영업관리까지 맡게 돼 현장을 누벼야 했다. 또다시 찾아온 야근.

다시 고민했죠. 6시 퇴근은 없던 일이 됐고,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게 된 거죠.”

그녀가 쫄딱 망했다는 첫 창업의 기억이다. 1999년 창업한 이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가 싶더니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은 큰 분기점이잖아요. 저에게도 그랬어요. 악몽으로.”

웃으며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제 경험을 밑천 삼아 일본에서 주문을 받고 의류를 납품하는 업체를 설립했어요. 창업의 부푼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시작한 때였죠. 그런데 일본 업체에서 주문을 받은 뒤, 공교롭게도 우리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계속 이겼어요. 붉은악마 티셔츠 물결이 시작된 거죠. 길거리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저는 찾아가는 봉제공장마다 거절을 당했어요. 붉은악마 티셔츠 제작 주문을 받아서 저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덕분에 17년간 일하며 모아둔 퇴직금과 여윳돈을 투자해 만든 회사는 그렇게 날아갔죠.”

 

철저히준비한번째창업

쓰디쓴 실패를 맛본 그녀는 철저한 준비 작업에 공을 들였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부족했고 더 많은 준비와 분석이 필요했다. 시장조사와 무엇보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다. 돈을 절약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였다. 심지어 두 번째 창업 때에는 회사 기자재들 중 단 하나도 새것이 없을 정도였다. 책상이며 파티션까지 발품을 팔아 중고매장을 돌아다니며 구매했고 첫 계약 성사 직전까지 1년간은 사무실도 없었다.

2006년 드디어 두 번째 창업이 바로 현재의 ㈜유아이다.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각종 전자제품에 널리 쓰이는 산업용 테이프를 연구개발해 납품하는 회사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들에 이르기까지 틈새시장에서 맞춤형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해오고 있다.

사무실에 중고가 아닌 건 유일하게 컴퓨터 다섯 대였어요. 알고 지내던 사장님이 창업선물로 주신 것 외엔 모두 중고였으니까요. 이렇게 준비해도 경영이란 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져나오잖아요. 2008년 말부터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시장이 크게 흔들렸어요. 2009년엔 최악이었지요. 그때 일본 수출이 많았는데, 수출하면 할수록 마이너스였어요. 하루하루가 악몽의 연속이었죠. 다행히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던 일본측 기업이 환차손 부담을 덜어줘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어요.”

 

인생은실패와성공의반복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90%는 실패하고 10%만 성공하는 게 기업이에요. 10%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이끌어가는 거죠. 실패한 90%를 부여잡고 있으면 더 추락하는 거예요. 제가 두 번째 창업 때 그 90%를 또 경험하기 싫어서 정말 철저히 준비하자는 마음이었고 지금은 즐겁게 일하자에요. 그리고 이왕이면 일등하자, 그렇게 살고 있어요.”

얼마전까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이끌었던 그녀는 후배여성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국사회가 여전히 남성중심의 사회인 거는 맞지요. 기업들, 제가 몸담고 있는 화학분야는 더 말할 게 없고요. 하지만 이 남성중심의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더 주도하고 노력하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사회를 변화시켜주지는 않잖아요. 물론 정부의 도움 등도 있겠지만 가장 첫 번째는 여성 스스로 변화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 역시 여성의 노력이 우선됐던 것처럼요

그러면서 제주여성들에게도 한 가지 덧붙였다. “제가 어려서부터 봐온 제주여성들의 강인함 덕분에 저도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주여성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서로에게 네트워크가 되어준다면 더 큰 힘이 될 거에요. 제주 여성사회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말이죠.”

윤소라 대표는…

1963년생으로 신성여중·고를 졸업, 일본문화여자대학 재료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유아이를 설립해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회장을 지내며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2011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 2016 무역의날 국무총리상 표창 등을 수상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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