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시간’은 흘러간다
‘의회의 시간’은 흘러간다
  • 부남철 편집부국장
  • 승인 2019.11.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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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은  바야흐로 ‘의회의 시간’이다.

국회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은 내년 나라 또는 제주도의 예산 심사를 위해 분주하다. 의원들은 국민과 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머리를 싸매고 예산안을 들여다 본다.

제주도의회도 지난 22일 농수축경제위원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진심으로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다. 왜냐 하면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우리끼리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감액과 증액을 최종 조율할 소소위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여야는 27일 예산소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합의했으나 당초 자신들이 설정한 29일 심사 종료는 이미 물 건너갔다. 법정시한 내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여론에 밀려 예산안을 처리하겠지만 막판 정치 흥정으로 심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예산이 크게 불어나면서 너무 방만하게 편성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국회의 세밀한 심사가 요구되고 있다.

세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부족한 예산을 빚으로 충당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크다.

예산 규모가 늘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깎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혈세가 효율적으로 쓰여 민생이 개선되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제대로 배분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국회의 예산심사에서 이런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 17개 상임위 가운데 12개 상임위 예비심사에서만 증액 규모가 10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감액은 약 5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가운데 불요불급한 14조5000억원 감액을 공언했던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 예산 증액에 다투어 가세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앞에서는 현미경 심사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예산 증액에 여야 의원들의 죽이 척척 맞은 것이다.’

예산안은 법적 자격을 갖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심사해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넘기게 돼 있다. 하지만 심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예산안조정소위는 그동안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 소수의 인원으로 소소위를 구성해 밀실에서 예산의 증액ㆍ감액을 결정했다.

기자가 국회 출입기자 당시에도 이를 취재할 방법이 없어 의원들을 쫓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회의록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여야는 소소위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간사만 참여하고 속기록을 남기는 한편 언론에 매일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여야가 예산심사의 투명성을 높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밀실 예산심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참석자들이 입을 맞추면 얼마든지 예산 담합과 끼워 넣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5일 간 중단됐던 예산심사가 27일 재개됐으나 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고 있어 밀도 있는 심사는커녕 각 사안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걸린 선거법 개정안에는 쌍심지를 켜고 있는 여야 의원들을 보면서 한숨만 나온다.

오늘도 제주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여지도록 예산 심사를 하고 있는 제주도의회 의원들과 불요불급한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주도 공무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부남철 편집부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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