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값 하락에 유통 체계도 ‘흔들’
감귤 값 하락에 유통 체계도 ‘흔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11.27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값 못 받자 일부서 상품용 대과 가공용으로 출하, 처리 부담
비상품 유통도 61건 적발 잇따라…품질 관리 정책 악영향 우려

제주감귤 유통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기상 악화와 비상품 출하로 감귤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에 출하돼야 할 상품과마저 가공용으로 몰리는 등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출하가 한창인 올해산 제주 노지감귤의 9대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26일 기준 5㎏ 당 6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00원보다 16.6% 감소했다.

특히 제주도가 발표한 이달 셋째 주(11~16일) 제주 노지감귤의 최저가격은 5㎏ 당 1300~1500원으로 소득분기점인 38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산 제주 노지감귤의 가격 하락은 기상악화와 비상품 출하 등 내·외부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심화되고 있다.

극조생의 경우 집중호우를 동반한 가을장마와 잇단 연쇄태풍 등으로 일조량이 크게 떨어진데다 평균·최저기온도 예년보다 낮아지면서 상품 가치가 다소 저하됐다.

여기에 출하 초기부터 상품 규격에 맞지 않는 비상품 등을 섞어 파는 비양심 행위까지 성행하면서 노지감귤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실제 올해산 제주산 노지감귤이 출하되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21일까지 제주도가 적발한 위반건수는 비상품 감귤 유통 61건, 품질 관리 미이행 8건 등 69건에 이른다.

제주산 노지감귤 가격 하락은 비상품 처리 물량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제주산 감귤의 상품 규격은 ▲2S 49~53㎜ ▲S 54~58㎜ ▲M 59~62㎜ ▲L 63~66㎜ ▲2L 67~70㎜ 등 다섯 종류다.

2S 미만의 극소과와 2L을 초과하는 극대과, 그리고 상품으로 팔 수 없는 중결점과 등은 비상품으로 분류돼 시장에 출하할 수 없다.

㈔감귤출하연합회가 지난 9월 결정한 올해산 가공용 처리 규격은 2L을 초과하는 대과와 중결점과다.

그런데 일부 생산자단체와 영농조합 등이 상품과인 2L 규격의 감귤들을 가공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제주 노지감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상품으로 출하해 손해 보는 것보다 가공용으로 처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공용 처리 물량은 당초 추산됐던 9만609t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공용 감귤의 상당수를 처리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미 감귤가공 1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6일부터 2공장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공용 감귤 처리량이 더욱 증가할 경우 다음달부터 2공장도 야간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두 공장 모두 주·야로 가동할 경우 하루 처리량은 1공장 350t, 2공장 250t 등 600t에 이른다.

가공용 처리 물량 증가는 가공업체의 업무가 가중될 뿐만 아니라 수매단가를 지원하고 있는 행정당국 역시 예산 부담을 껴안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떨어지고 있는 제주감귤 가격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상품과를 가공용으로 처리하는 물량이 늘고 있다”며 “대과 생산 증가로 올해 가공용 처리 물량이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추산된 상황에서 상품과마저 가공용으로 몰리면서 실제 처리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