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느끼기
깊어가는 가을 느끼기
  • 제주일보
  • 승인 2019.11.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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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애월고등학교 교사

가을이 깊어간다. 낙엽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하늘은 높다.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난다.

국화가 가득한 뜰, 단풍은 빨강과 주황색으로 빛나고 정원의 느티나무는 어느새 앙상한 가지가 드러난다.

감나무에 잎은 다 떨어지고 감들만 남아 있다. 색깔은 예쁘지만 아직 먹을 때는 아니다. 좀 더 기다리면 맛있는 단감을 먹을 수 있다.

경험으로 얻는 교훈이지만 감은 조금 일찍 따서 먹으려고 하면 떫은 맛이 심해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알맞게 익은 감은 그야말로 달콤하다.

시간과 햇빛, 공기의 소중함 그 자체가 필요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기다림과 온전히 존중하는 법을 알려 준다.

점심을 먹고 학교 주변을 산책한다.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어느새 시인이 된 것처럼 중얼거린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갯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요즘 청소년들 가운데 과체중인 친구가 많다.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불균형적인 영양 섭취 때문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에서는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하루에 운동장 5바퀴 돌기 30일 실천하기를 한다.

아이들이 햇볕도 쬐고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교사들도 점심시간에 함께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민거리, 관심 분야, 좋아하는 연예인,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 등을 나누며 아이들과 친숙해진다. 평화로운 운동장의 모습이다.

스탠드에 한 친구가 앉아 있는데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다. 걷고 싶지만 걸을 수 없다. 지난주 축구 경기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앞으로 3주간은 깁스를 한 채로 있어야 한다. 교실에 있는 것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따뜻한 햇볕을 맞겠다는 아이다.

다리를 다쳐서 느끼는 감정은 건강이 주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자신이 고통을 느낄 때야 비로소 경험한다.

미술영재학교라 아이들의 재능이 남다르다. 1학년 내내 열심히 공부한 열매를 전시한다. 창송미술관에서 드로잉 전시회를 한다. 일상에서 찾은 다양한 주제를 하얀 도화지에 가득 채운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위대한 감수성을 찬양한다. 종이와 연필을 통해 이런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건 우리 아이들의 예술적 감각이 타고난 재능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다.

아이들이 자신이 그린 주제를 멋지게 발표하는 모습 속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축복해 본다.

2학년은 좀 더 넓은 곳인 학생문화원으로 그 전시장이 넓혀진다. 한국화와 서양화, 조소, 디자인 등 자신이 좀 더 재능이 있는 분야를 1년간 공부한 것을 전시한다. 2학년은 색채감이 있다. 관람자도 많다.

저 아이들이 앞으로 현대 미술을 주름잡는 한 획이 되겠지? 미리 사인 하나씩 받아 둬야 하나?

스탠드에 앉아 있는데 멀리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이 있는 아름다운 학교 전망이 더 없이 감사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곳에 있는 건 축복이자 선물이다. 아이들이 호흡하는 이곳, 물론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서 힘들어하고 가족 안에서 격돌하고 진로를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 내려고 몸부림친다.

깊어가는 가을이 온전하게 다가온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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