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벗 삼아 여고시절 추억을 쌓아요
도서관 벗 삼아 여고시절 추억을 쌓아요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11.2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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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귀포여고 도서부 ‘채미’

서귀포여고 4층에 위치한 혜윰도서관.

학생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찾는 이곳에는 도서관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서귀포여고(교장 김월룡) 도서부 채미가 바로 그들이다.

1학년 8, 2학년 8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채미책 알리미를 줄인 책미에서 나왔다. 도서관을 지키는 이들답게 도서부 친구들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채미멤버들은 중학교 때부터 도서부 활동을 한 친구들이 많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친구들이라 고교에 진학한 후에도 자연스럽게 도서부를 지원했다. 물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문을 두드린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이들의 진로 방향도 문과, 이과, 예체능에 골고루 퍼져 있어 다양한 만남이 성사됐다.

독서 도우미 활동과 기본적인 행사에 주력하던 이들에게 올해 들어 날개가 생겼다. 도서부가 책쓰기 자율 동아리로 선정되면서 더 넓은 활동영역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채미의 올해 책쓰기 주제는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 도서관과 함께 우리의 꿈을 기록하다로 정해졌다.

진실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채미멤버들은 이 같은 체험에도 도서부답게 한국십진분류법(KDC)을 활용한다. 000 인문학도서관컴퓨터, 100 철학심리, 200 종교, 300 사회과학(정치, 사회, 교육학), 400 자연과학(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500 기술과학(의학, 식품), 600 예술(미술, 음악, 건축), 700 언어(훈민정음, 한문, 한글, 영어), 800 문학(동화, 추리, , 소설, 수필), 900 역사(한국사, 31운동, 독립, 제주43 )에 따라 분야별로 다양한 책을 접하고 관련된 행사를 기획해 나갔다.

일례로 900단위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콘셉트로 한 책 축제를 열었다. 그림책 백년아이를 읽고 관련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또한 43 동백꽃에 착안해 손수건 만들기도 진행했는데 한 땀 한 땀 바느질 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800단위 문학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동화책들을 소개하는 홍보지를 만들고 퀴즈를 진행했다. 찾아가는 인문학 기행 등에 이어 12월에는 저자와 함께 떠나는 제주과학 탐구활동도 예정돼 있다.

물론 이 같은 활동은 채미멤버들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이뤄진다. 때문에 멤버들 상당수가 당황과 고심, 보람이 교차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2학년 현솔이는 중학교 때와 달리 모든 활동을 친구들과 자율적으로 해 나가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회상했고, 연지는 활동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수진이는 책 축제에 의미를 담아 기획했던 것에서 보람을 느꼈다.

자신의 꿈 또는 관심 주제에 따라 진행된 다양한 활동 내역은 글귀포토 등 책 소개, 일기,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한다. 수빈이는 뭔가 써보면 감정을 해소하게 된다. 모르는 것도 글로 써보면 풀리는 느낌이 들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말했다.

채미멤버들의 경험을 통한 기록은 다시 한국십진분류법(KDC)에 따라 책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이들은 우리만의 에세이를 펴내면서 그동안의 활동을 기록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고, 다른 친구는 추억은 언젠가 잊혀진다. 책으로 만들면 소장할 수 있고, 나중에 지난날을 기억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강경혜 지도교사는 누구나 자기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소중한 기록이 될 수 있다도서관과 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함으로써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내년 입시가 사실상 시작됐다. 때문에 곧 채미를 떠나야 하는 2학년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도서관에서 만난 그들에게 물었다. ‘도서관, 그리고 도서부가 무슨 의미를 갖느냐고.’

언어에 관심이 많은 예림이는 도서부 활동을 통해 미리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며 단단한 기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연지는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했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고교 와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특히 책까지 쓴다니 청춘을 담을 수 있는 기회예요.”

수진이는 옥상에 비유했다. 힘들고 지칠 때 밤에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바라보고 한숨 돌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듯 도서관도 그와 같다고 했다. 현솔이는 학교생활의 휴식공간’, 수빈이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라고 표현했다. 수행평가와 시험에 찌들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책을 읽을 수 있는데다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란다.

채미친구들은 이렇게 도서관을 벗 삼아 힘들지만 추억에 남을 여고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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