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분화구가 변하고 있다
오름 분화구가 변하고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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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제주도가 화산섬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화산의 여신 펠레가 남겨준 화산의 지형·지질로 제주 섬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국제적 관광지가 됐다.

화산섬 제주, 이 섬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중 가장 상징적인 게 무어냐고 물으면 대부분 오름을 꼽을 것이다. 오름은 제주의 대표적 자연이자 상징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 오름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삶의 터전이자 사후의 세계라고 할 만큼 아주 귀중한 생명 자원이기도 하다. 만약 제주에 오름이 없다고 상상해 보자.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불모의 섬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섬, 제주는 특히 선()이 아름답다고 한다. 어느 한 곳 모난 곳 없이 미끈한 선들로 이뤄진 곳이 바로 제주 섬이다.

바람결 같은 올래와 오름 능선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쉽게 볼 수 없는 자연미(自然美)일 것이다. 오름의 능선미(稜線美)야말로 자연이 만든 최고 걸작이다.

예전 오름을 잘 모르던 시절엔 한낱 자그마한 뒷동산으로 생각했으나 오름을 올라 그 참모습에 놀라게 됐다는 한 관광객은 오름에 올라서니 처음은 분화구가 있어 놀랐고, 두 번째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름들 모습이 신비로웠다고 감탄했다.

능선미와 함께 화산 분출의 현장인 분화구도 오름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그래서 오름은 제주의 가장 귀중한 보물 중 하나가 됐고 언제부터인가 한라산보다 오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주기적으로 찾는 도민과 관광객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오름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아주 심각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자연적인 변화가 심각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자연 현상에 의한 변화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 오름의 모습이다. 외형적으로는 한때 무절제한 인공조림으로 삼나무와 소나무가 크게 자라 아름다운 능선미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됐고 분화구의 신비로움 역시 우거진 나무에 가려져 버렸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변해버린 대표적인 오름을 들자면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저지오름’, ‘정월이오름’, ‘왕이메오름’, ‘체오름등이 꼽힌다. 이들 오름의 분화구는 나무가 우거져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부오름은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와 안덕면 광평리 왕이메오름과 더불어 원형 분화구가 있는 대표적인 오름이다.

아부오름은 산체가 워낙 작아 이것도 오름인가 싶지만 50m 정도 올라가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는 원형 분화구가 나타나 감탄을 자아낸다. 10년 전까지의 모습이다.

마치 원형 경기장 같은 모습의 아부오름 분화구였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화구 주변으로 소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아름답던 분화구의 모습이 차츰 변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일부 지역 말고는 분화구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

얼마 전 한 관광객이 아부오름 분화구의 매력을 다시 느끼기 위해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며 제주 오름마다 나무들이 너무 자라 분화구가 다 가려져 오름의 신비를 가리고 있다. 분화구 속 나무를 정리하면 안 되느냐고 아쉬워했다.

왕이메오름도 깊고 넓은 원형 분화구가 장관이었다. 거기다 우리 고유 자생식물들이 숲을 이뤄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했던 오름이었다.

오래전 분화구 바닥에 농경지를 만들며 삼나무를 심은 것이 분화구 사방으로 너무 자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당국이 삼나무 제거를 한다면서 오히려 자생 수종을 잘라내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오름 보호를 위해 여러 구상을 하고 있지만 분화구 보호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몇 년 전부터 서귀포시 삼매봉 분화구 복원을 위한 학술 세미나를 열고 있지만 확실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삼매봉 분화구 복원과 함께 주요 오름, 분화구가 독특한 오름들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 보존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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