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나이가 들면서 농사를 못 짓고 놀리는 농지가 증가하고 있다.

행정당국이 이른바 ‘무늬만 농지’를 적발하고도 고령화에 따른 질병으로 농사를 못 짓는 점을 인정해 농지처분 의무 부과 대상에서 제외(유예)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제주시에 따르면 2017년 정기 농지 이용실태 조사 결과 1069필지(913명)‧113㏊가 적발됐다. 농지처분 의무 부과를 위한 청문 실시 결과 402필지(341명)‧79㏊가 제외됐다.

사유별 처분 제외 농지는 고령화에 따른 질병 26필지‧2㏊, 영농 불리 43필지‧3.5㏊다.

나머지는 토지주가 경작계획을 밝혔거나 일부는 재확인 결과 농사를 짓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농지 이용실태 조사에선 1611필지(1342명)‧173㏊가 농사를 짓지 않다가 적발됐다.

청문이 진행된 결과 685필지(567명)‧79㏊가 농지처분 의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령화 등에 따른 질병 64필지‧6㏊와 영농 불리 79필지‧9㏊다. 나머지는 경작 의향‧확인이다.

이처럼 고령화‧질병에 따른 농지 처분의무 부과 유예가 2016년 26필지에서 지난해 64필지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전체 농지처분 의무 부과 유예 중 비율도 6.5%에서 9.3%로 뛰었다.

당국은 질병 사유에 따른 농지처분 의무 부과 유예는 3개월 이상 입원 등에 한해 인정하고 있다. 고령화로 자주 병원을 다니다보니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제주시는 올해 농지 이용실태를 연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농촌지역 고령화가 심각한 만큼 질병 등의 사유로 농지처분 의무 부과를 유예 받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영농 불리와 관련해선 맹지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주변 농지에 진입로를 제공하던 토지가 거래된 후 새로운 토지주가 진‧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일부 농민은 농사를 못 짓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고령화와 질병, 영농 불리 등 합당한 이유에 대해 농지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고 있다”며 “농민인 부모는 늙어 가는데 자식들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농지처분 의무 부과 유예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지 이용실태 조사가 가을부터 진행되면서 봄‧여름 경작 여부를 확인하는 데 애로점이 있다. 상‧하반기 2차례 실시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