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도를 넘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도를 넘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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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안전 상황을 안전불감증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것일까. 이젠 안전불감증의 적폐(積弊)가 도를 넘어 안전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운 무감각이 지배하는 사회, ‘고도(高度) 위험 사회의 징후를 드러낸다. 엊그저께 갈치잡이 어선 화재로 1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사망한 마당이다.

제주의 안전불감증은 정말 무감각이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비상구 도민감시단과 합동으로 불시단속을 해봤더니 다중이용시설의 피난 통로나 계단에 판매용 물건이나 장애물을 쌓아 두는가 하면 방화문 기능 장애 등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화재경보를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인 수신반의 기능 장애로 건물 내 화재 발생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 실제 재난 발생 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한다.

또 서귀포시의 한 판매시설은 화재 수신기 주경종, 지구경종이 정지된 채 영업하고 있었다.

화재 경보 시스템이나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기는 정상 작동해야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필수 안전장치다. 그동안 많은 사고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사고 대비 매뉴얼의 철저한 구비와 반복적인 훈련은 대형사고 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관건이다.

하지만 이번 불시 점검에서 이런 문제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것은 평소 안전 의식의 무감각을 보여주는 실태다. 또 그동안 형식적으로 안전 점검을 해 왔지 않으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번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는 이번 점검에서 나타난 것처럼 방화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훈련, 시설 점검도 형식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화를 키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점검에서 나타난 문제들의 심각성은 더하다. 과거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 식의 무사안일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형 인재(人災)로 이어질까 우려 된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안전에 무감각한가.

대충대충, 빨리빨리 문화에만 핑계를 대기에는 우리 사회 위험의 정도가 너무 높다. 한 발 내디디기조차 불안한 지경이다. 이젠 개혁적으로 안전시스템을 보강해 전 사회가 안전 사회로 급선회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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