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선사고, ‘해상 안전’ 말 뿐인가
반복되는 어선사고, ‘해상 안전’ 말 뿐인가
  • 제주일보
  • 승인 2019.11.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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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 선적 갈치잡이 연승어선 대성호(27t)에서 화재가 발생해 선원 12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이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지난해 3월 성산항에서 발생한 선박화재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해경은 지난 9월 성산항 선박 화재 사고를 계기로 선박 화재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 행동 요령 숙지를 위한 선박 화재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어선의 선체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섬유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초기 화재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 어선 대성호도 해경이 지적했던 섬유강화 플라스틱 선체다. 대성호의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선내 생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 허술한 화기 취급 등 안전 의식 부재가 피해를 키웠을 것이다. 해경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사고도 구조 후 사망한 선원 1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도 5주기가 넘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오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면서 수학여행에 나섰던 학생 등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사회는 충격과 비탄 속에 안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제주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선박은 2016년 491척, 2017년 467척, 2018년 445척 등 모두 1403척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300여 척이 사고를 당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루 1척 이상의 선박들이 제주 바다에서 사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선박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안전불감증이라는 점이다. 정비 불량과 운항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각각 588척(39.7%)과 506척(33.3%)으로 전체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관리 소홀에 의한 사고도 136척(8.9%)이었다. 바다에 나가기 전에 조금만 신경을 써서 선박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운항 중에 안전규칙을 잘 지키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개인들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해양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 등을 다짐했던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 해상 안전의 중요성을 가슴에 새기지 못 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제주일보 기자  jeun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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