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선원 사인 익사 추정
선원 12명이 탑승했던 통영선적 갈치 잡이 어선 대성호(29t) 화재 당시 선원들은 급속도로 번진 화마(火魔) 때문에 구조신호(SOS) 버튼조차 누를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화상 때문에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던 선원 김모씨(60·사망)의 사인이 부검 결과 익사로 추정되면서 사고 원인, 경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20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대성호의 항적을 표시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는 자동·수동으로 조난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대성호의 AIS 신호는 지난 19일 오전 4시15분 이후 끊겼다.
사망한 선원 김모씨(60)가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발견된 점을 감안할 때 조업 후 잠을 자던 중 불이 나 변을 당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여기에 대성호에 설치된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에는 SOS 버튼과 일정 조건에서 작동하는 자동조난신호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지난 13일 오전 6시9분 이후 신호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대성호 V-PASS 신호가 끊긴 지점이 차귀도 서쪽 72㎞ 부근이다. 육상으로부터 너무 거리가 멀어 신호를 잡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V-PASS 신호가 끊긴 시점이 사고 발생과는 연관성이 없을 것이라고 해경은 밝혔다. 대성호는 지난 19일 오전 3시까지 해상에서 다른 어선과 교신하며 조업을 진행했고 AIS 신호도 잡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해경은 김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씨의 폐가 익사자의 폐와 비슷하다는 게 부검의의 소견이다.
김씨는 얼굴 등에 2∼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해경 관계자는 “불이 급속도로 선체에 퍼져 선원 피해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은 인양이 이뤄진 후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오전 7시5분쯤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어선 대성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선원 12명 중 내국인 선원 1명은 숨졌다. 베트남 출신 6명, 내국인 5명 등 11명의 선원은 실종됐다. 대성호는 두 동강났다. 선수 부분은 침몰된 것으로 추정, 해경이 전파탐지기 등을 이용해 찾고 있다.
해상에 표류 중인 선미 부분은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