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굿 ‘동이풀이’
창작마당굿 ‘동이풀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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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영 문화기획자·관광학 박사

창작마당굿 동이풀이는 제주 무속에서 전승되는 고전적 하르바님양씨 아미 본풀이라는 조상신 본풀이를 바탕으로 한다. 두 본풀이에는 아미’(아가씨를 지칭하는 말)가 공통으로 등장하는데 전자의 아미는 고전적 하르바님의 외동딸로 동이처럼 사려 앉아 죽었다 한다. 후자는 와산 마을 양씨 집안의 외동딸 양씨 아미로 춤을 추는 심방이 되려 했지만 큰 오빠의 반대로 수난을 겪고 허리 오글라 놓고 방에 누원 울당보난(허리를 구부린 채 방에 누워 울다 보니)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고전적 하르바님과 양씨 아미 조상 본풀이라는 서사 구조에 겪을 것 다 겪은주인공 양씨 할망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담았다.

양씨 할망은 눌미 와산에서 태어나 살면서 남들처럼 호의호식도 못 해보고 열네 살에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폭격을 만나 얼 먹고, 해방이 돼 고향에 돌아오니 무자 기축년 사태를 만나 남편도 잃고 넋이 나갔다. 하나뿐인 아들을 폐암으로 먼저 보냈고 자신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이영 저영 사는 게 남 보기에 성한 몸 같지만 이녁 몸은 성하지 못한 자손이다. 대동아 전쟁, 제주4·3 등 근현대사의 질곡을 겪으며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 이상이 된 주인공 양씨 할망을 살릴 도리를 내우는과정이 동이풀이다.

동이풀이는 네 개의 마당으로 구성됐다. 각 마당은 초감제, 새도림, 질침굿 및 동이풀이 등 제주 굿 순서를 따른다. 첫째 마당에서 고복동 하르방이 심방을 찾아와 양씨 할망을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심방은 할망 시집이 광산김씨 집안이므로 동이풀이를 권한다. 둘째 마당에서 젊은 시절의 양씨 할망인 을생이가 당샘이에서 고사릿대를 꺾어 신칼 삼아 심방 춤을 춘다. 고복동은 오빠들 몰래 심방 춤을 추는 을생이의 비밀을 지켜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을생이를 꼭 살려내겠노라 약속한다. 대동아 전쟁과 제주4·3, 영계울림, 질치고 혼 부르는 열려 맞자로 구성된 셋째 마당은 양씨 할망의 시부모, 남편, 아들의 저승길을 닦는다. 이어 넷째 마당은 고전적 하르바님과 양씨 아미 본풀이에 나오는 악생이굿과 동이풀이, 석살림굿이 연행되고 모두 살아난다. 다 함께 서우젯소리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동이풀이에서 동이는 동이 그 자체를 말하기도 하고 동이처럼 사려 죽었다는 아미를 상징한다. 동이 상차림도 등장하는데 한복 입은 여인이 앉아있는 형상으로 동이라고도 불리며 놋동이에 쌀과 한 병의 술을 넣고 한복을 입히고 기메를 꽂아 완성한다.

넷째 마당인 동이풀이에서 심방이 동이를 입에 물고 한복의 끝동을 잡고 춤을 추기도 한다. 춤을 춘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극 중에서 김전적은 춤을 추다 쓰러진 딸을 구하고자 심방 이원신을 부른다. 어떻게 하면 딸을 살릴 수 있느냐는 김전적에게 이원신은 이렇게 아뢴다.

아기씬 춤을 춰야 좋겠습니다. 막 시원허게 들락퀴어야 좋쿠다. 춤추지 않으민 아기씬 죽은 목심입니다.”

공연 대본을 쓴 문무병 마당굿 연출가가 동이를 물고 춤을 추는 삶의 재생자인 심방이, 젊은 여인이 동이를 물고 추는 춤으로 이뤄진 것을 풀이하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밝힌 것처럼 동이풀이에서 춤은 다시 산다는, 삶을 찾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극 중 양씨 할망의 인생 역정도 제주 사람, 우리 어머니, 우리 이웃의 그것과 닮았다. 지난해 참여했던 주민생애사 채록작업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일제강점기, 제주4·3, 6·25전쟁 등 굵직한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대를 목도하며 살아낸 삶의 이야기들이 양씨 할망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부모님과 친구, 연인, 누구든 함께 해 먼저 살아낸 삶을 보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다시 사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창작마당굿 동이풀이는 제주전통문화연구소와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공연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하는 ‘2019 제주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문무병 마당굿 연출가의 대본에 윤미란 놀이패 한라산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김윤수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예능보유자가 굿 자문을 하고 마당극에서 내로라하는 광대들이 함께 준비했다. 공연은 오는 23일 오후 7, 24일 오후 5시 총 2회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제주시 사라봉동길 58) 강당에서 진행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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