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말모이
  • 제주일보
  • 승인 2019.11.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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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가끔은 낱말 하나를 입 안에 놓고 며칠을 굴리며 다닐 때가 있다.

이 말도 그랬다. 말모이, 이 단어 안에는 목숨까지 바치며 혼신으로 노력했던 선인들의 나라사랑 하는 마음이 태산처럼 드높게 쌓여 있다. 어려운 시대를 넘어 끝내 민족의 혼을 지키고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운 숭고한 자취에 탄복한다. 뜻풀이로 조선말사전이라 이른다. 말을 모은다는 의미로 해석하니 말맛이 풍요롭다.

사람은 단 일이 분이라도 공기가 없는 곳에 갇히면 생명이 위험하다. 이렇듯 세상천지에 가득 찬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 하듯이 늘 쓰고, 말하고, 읽는 우리의 한글에 대해서도 매양 고귀함을 잊으며 산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정책의 일환인 민족혼 말살 시도로 우리글과 말을 쓰거나 말하지 못 하게 했다.

조선말을 없앰으로써 민족의 얼을 말살시키려는 음모와 책략을 꾀한 거다. 내선일체라는 미명 하에 일본어로 창씨개명을 강요하기에 이른다.

우리의 언어가 억압 받던 시대인 1911년 조선어학회에서는 주시경,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 최현배 등 33인이 조선말 사전 편찬에 돌입한다.

나라가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40여 년 가까이를 대한의 말과 얼을 지키려 애쓰신 분들이다.

싸움의 기본은 힘이거늘, 우리는 힘이 없다. 힘이 없으니 싸움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민족의 정신인 말을 모을 뿐이다라 외치면서.

민족의 토대가 되는 말과 글의 소중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다.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주시경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한글을 보전하려 한 선인들의 노고를 우리는 가슴 깊이 새겨 기억해야 하리.

그들이 100여 년 전에 시작한 말모이 작업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 신문사에서 2020년인 내년에 말모이 100, 다시 쓰는 우리말사전이란 주제로 운동을 새로이 펼치고 있다. 우리말 모으기 작업현장에 온 국민의 성원과 참여가 뜨겁다.

말모이 운동본부는 현 시대에 맞게 표준대사전에 오르지 않은 순우리말, 정겨운 방언, 젊은 층의 신조어는 물론 북한말까지 합류시켜 한반도 전체의 말을 아우른다고 한다. 말모이가 먼저 말을 합쳐 통일을 이룩하려 함이 가상스럽다.

국권을 강탈당한 시절,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애처롭게 흔들리던 우리의 글, ‘말모이를 나직이 읊조려 본다. 민족의 혼을 저장했던 보고이기에 귀하고도 정겹다. 그리고 빛이 난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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