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내비치는 ‘금단의 땅’, 대지 감싼 황량한 고독에 경외감
속살 내비치는 ‘금단의 땅’, 대지 감싼 황량한 고독에 경외감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9.11.14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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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3)
이번 무스탕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 한 언덕에 올라 이번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작은 돌탑을 쌓은 후 본지 깃발을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무스탕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 한 언덕에 올라 이번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작은 돌탑을 쌓은 후 본지 깃발을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자료조사를 좀 했습니다. 무스탕 왕국은 18세기 네팔에 자치권을 뺏긴 후 금단의 땅이 됐답니다. 네팔 75개 지역 중 한 곳으로, 가장 경외심을 일으키는 지역이랍니다.

네팔과 티벳 사이 6000~8000m 안나푸르나 산군의 준령에 가로막혀 몬순의 폭우를 히말라야로 몰고 오는 벵골만 비구름도 감히 넘보지 못 하는 연중무휴의 건조지역이라고 합니다. 황량한 고독감이 대지를 감도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 티벳보다 더 티벳다운 문화와 풍습을 지니고 있답니다.

멀리서 본 사마르 마을은 나무 숲 속에 있는 작은 마을로 돌을 쌓아 만든 집들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와 마을 뒷산에 올라서니 멀리 히말라야 산군과 닐기리봉이 구름에 덮여 있습니다. 어둠이 드리우면서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혹시 내일까지 내릴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안개가 잔뜩 덮여있습니다. ‘그래 안개가 걷히는 순간, 멀리 히말라야 산군이 모습을 보여 주겠지하고 기대하며 뒷산에 올랐습니다. 서서히 해가 뜨면서 안개가 걷히는데 멀리 닐기리봉(해발 7061m)을 비롯한 여러 산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자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구름 속에서 싱그러운 아침을 맞는 히말라야 산군, 정말 신비스러운 모습입니다. ~이 자연.

이른 아침 사마르 마을 뒷산에 올라 바라본 히말라야 산군 모습.
이른 아침 사마르 마을 뒷산에 올라 바라본 히말라야 산군 모습.

조금 서둘러 산을 오르내렸더니 가슴이 뛰어 바위에 기대 잠시 숨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곳 사마르 마을도 해발 3660m의 고지란 것을 잠시 잊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늘 트레킹은 9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스에 따라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니 체력을 안배해 천천히 다니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막상 길을 나서니 서두르는 버릇이 도져 또 애를 먹습니다.

오늘 숙박지인 개미 마을까지 가려면 3개의 거대 협곡을 오르내려야 한다는데 출발지점부터 협곡으로 내려갑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뒤처져 서둘러 따라갔지만, 일행은 벌써 협곡을 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협곡을 오르고 나서는 평지길이 이어졌습니다. 가끔 공사차량이 지나다니며 먼지를 날리는데 이 깨끗한 자연을 더럽히는 듯해 아쉽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어제 무리를 했는지 무척 힘들고 그냥 주저앉아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 무스탕 트레킹은 서쪽 사면으로 로만탕까지, 그곳에서 티벳국경까지 갔다가 추상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이제 겨우 둘째 날인데 벌써 힘들면 앞으로는 어떡하나하고 걱정이 드는 한편 노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데 앞서가던 일행이 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언제나 앞장서서 걸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다른 한 분도 뒤처져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을 보니 높은 언덕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공사차량마저 힘에 부친 듯 천천히 오릅니다. “저 언덕을 올라가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는데 앞이 캄캄합니다. “미안하지만 저 언덕까지는 공사차량을 얻어타고 갔으면 한다고 어렵게 말했더니 다른 일행도 그러자고 합니다. 뒤처진 분을 기다렸다가 함께 가겠다는 몇 분만 남고 나머지 일행은 공사차량을 얻어 타고 언덕을 올랐습니다.

겨우 언덕 위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다시 걷는데 사람 몸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몰아칩니다. 강풍 탓에 기온도 뚝 떨어졌습니다. 발길을 서둘러 보지만 길에 자갈이 많아 걷기가 무척 힘듭니다. 산등성이 몇 개를 돌아서자 드디어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마지막 3번째 협곡에 들어선 듯한데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차라리 되돌아 가는 게 나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방목됐던 수백마리 염소 떼가 집으로 돌아가는지 우리 일행을 지나 언덕을 내려갑니다. 염소 떼를 따라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오니 마침내 개미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날은 이미 어둡고 날씨도 몹시 추워 빨리 들어가 푹 자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이날 우리 일행은 11시간30분을 걸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트레커들의 무거운 장비와 식량 등을 실은 말들이 산길을 지나고 있다.
트레커들의 무거운 장비와 식량 등을 실은 말들이 산길을 지나고 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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