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위’ 포기, 어떻게 대처할 건가
‘개도국 지위’ 포기, 어떻게 대처할 건가
  • 제주일보
  • 승인 2019.11.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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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가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한국농업뿐만 아니라 제주농업을 파괴하는 괴물이 될 것이라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철회를 요구했다.

농업인단체협의회의 주장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낮은 관세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오렌지와 마늘, 양파 등으로 인해 제주의 주요 농산물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업보조금은 반 토막으로 줄어들게 되고 운송 물류비 지원도 없어지게 되어 제주농업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협의회의 주장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농업인단체의 위기감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한국은 1995WTO 출범 당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불응할 경우 독자적으로 중단 조치에 나서겠다고 하자 대만,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동참하는 것이 미국의 통상 압박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실리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문제는 개도국 지위 포기로 우려되는 농업 분야의 피해다. 정부는 한국 농업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특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특혜의 지속 여부는 앞으로 협상에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상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고,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 종전과 같은 특혜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축수산물 관세장벽이 붕괴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동안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주요 농산물을 보호해왔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면 수입 농산물 관세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 안정에 쓰이는 농업보조총액도 절반 정도 삭감해야 한다. 대충 추정치로 현재 149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농업을 지킬 보루가 무너지는 셈이다.

협의회의 주장에 과도한 대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농업 소득은 정체 상태에 있다.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꼭 관철해야 한다면 이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게 관건이다. 차제에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인 활성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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