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4500건이 넘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만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제주특별법으로 이양받는 이른 바 ‘제도개선’은 어느 정도 쉽게 이뤄졌다. 왜냐하면 당시엔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함이 비교적 쉽게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분위기가 완고해졌다. 제주에만 ‘특별한 권한’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 뒤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따랐다.
그만큼 갈수록 정부는 권한의 제주 이양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그제(13일) 6단계 제도개선안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7년 12월 28일 국무회의 심의를 마치고 국회에 제출된 지 23개월 만이다.
이날 의결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제주지역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세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5건의 개정안을 병합, 행안위원장의 대안으로 제안됐다. 개정안은 우선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존속 기한을 2021년 6월 30일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제주도교육감의 공무원 임용권을 제주도지사와 동일하게 명시했다.
특히 이번 6단계 제도개선은 그동안 보전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임시방편으로 보전시책을 추진해 온 곶자왈 지역에 대해 도 조례로 지정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곶자왈 보전과 보호에 대한 지정의 근거도 담았다.
이밖에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조성하기 위한 조항도 신설해 창작·향유 활성화, 전통 및 지역문화의 진흥 지원 등을 위한 사업 시행도 규정했다. 렌터카 차량들의 잦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고속도 제한 장치 설치 근거도 새롭게 신설됐다.
통상 법률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회의에서 통과가 이뤄진다. 따라서 이번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은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이번에 담아낸 6단계 제도개선을 시행할 만반의 준비를 지금부터 갖춰나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정책과 제도로서 효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곶자왈 보전 정책과 렌터카 최고속도 제한 장치 등은 법 시행과 동시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 사안은 제주가 현재 맞고 있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차질 없는 준비를 거듭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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