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명수 뽑아 하천에 물 대겠다고?...'황당 행정'
제주생명수 뽑아 하천에 물 대겠다고?...'황당 행정'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11.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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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월대천 수량 줄어들자 지하수 2개공 개발방안 추진...지하수관리위 심의서 부결
지하수 고갈 우려 눈 감은 무책임 발상 비판..."지하수.용천수 감소 근본대책 세워야"

하천 수량이 줄어들자 제주생명수인 지하수를 뽑아 보충하는 방안을 행정당국이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돼 황당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월대천 수량이 줄어들고 시기별로 바닥을 드러내는 일까지 발생하자 지하수를 개발해 물을 대는 방안이 추진됐다.

실제 지하수 개발을 위해 제주도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까지 받았으나 제동이 걸렸다.

사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상류지점에 제주장애인스포츠센터 신축을 위한 터파기 공사과정에서 지하수가 용출돼 차수벽이 설치됐다.

이후 월대천 수량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말이 마을주민은 물론 도민 사이에 돌았다.

주민들은 장애인스포츠센터 공사로 물길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행정당국과 주민들이 협의한 결과 지하수를 개발해 월대천으로 유입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주도는 지난해 7월 월대천 주변에 지하수공 2개를 개발하는 안을 지하수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의 결과는 월대천 수량 감소 원인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보였다.

이와 관련 제주도상하수도본부와 제주시가 별도로 월대천 수량이 감소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강수량 감소가 동일하게 1순위로 지목됐다.

용역진은 장애인스포츠센터가 원인이란 주장에 대해 차수공사 전후 수량 모니터링 자료가 없어 명확한 인과관계 규명은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등 의문점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지하수 2개공 개발에 대해 심의해 부결 처리했다.

일부 위원은 지하수 과잉개발에 따른 고갈 우려로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주생명수를 뽑아 하천수를 보충한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매한 용역결과로 장애인스포츠센터 때문에 월대천이 말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해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작 지하수 관리를 책임져야 할 당국이 제주생명수를 물 쓰듯 쓰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무책임한 시선이 문제란 비판이 나온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하천 수량이 줄어든다고 지하수 관정을 뚫어 보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근시안적 행정의 전형이라며 용천수와 지하수의 감소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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