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행정시장 직선제를 이야기 한다
또 행정시장 직선제를 이야기 한다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19.11.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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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기초자치단체는 폐지됐다. 북제주군은 제주시와, 남제주군은 서귀포시와 통합됐다. 군수(郡守)는 사라졌고 시장(市長)은 행정시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행정시장 인사청문회가 도입됐다. 제주도가 개방형 공모를 통해 행정시장 예정자를 낙점하면 도의회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시민들이 직접 뽑지 않고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 힘이 있을 리 없다. 임기도 보장돼 있지 않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행정시장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릴 때마다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지난달 18일 “임명 시장의 한계는 분명히 크다. 2년 임기는 정책 입안이나 예산 등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다.
행정시장 임기가 2년이라고는 하지만 다 채운 경우는 거의 없다. 10개월도 있고, 1년도 있고, 1년 6개월도 있다. 2개월만에 그만 둔 사례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생겨난 행정시장을 쭉 지켜봐 왔던 도민들은 개편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제주도의회가 총대를 멨다. 도의회는 2016년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민의 70%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올해는 직접 중앙절충에 나섰다. 김태석 의장과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등 5명은 지난 7월 17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기초자치단체 폐지 이후 각종 정책에 대한 주민참여가 약화되고 있으며 행정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등 도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행정의 민주성 확보와 도민불편 해소를 위해 제주도민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면담할 때 제주출신 강창일 국회의원도 함께 했다. 강 의원은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원 입법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진영 장관에게 정부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강 의원은 행정안전부를 소관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현행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행정자치시로, 행정시장은 행정자치시장으로 개편하고 시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정부 입법은 무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는 지난 9월 26일 제주도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 개선안에 대해 ‘최종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는 지난 6월 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출했다.
이제 남은 건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행정자치시장 직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 의원 입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를 열어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했다. 소위 심사에 따라 행정자치시장 직선제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임기는 4년에 연임 3기로 한정, 정당의 후보 추천 금지, 행정자치시장 선거는 전국지방선거와 동시 실시 등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된 만큼 이번 회기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도민들은 힘도 없고, 임기도 들쭉날쭉인 행정시장을 지켜보며 직선제를 꺼내고 들고 있다. 정부 입법은 물 건너 갔다.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간은 있다. 불씨 살린 의원 입법에 기대를 걸어 본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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