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로 제2공항을 말하라
사랑의 언어로 제2공항을 말하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12 2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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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성산읍노인회장

오래 응시하고 깊이 관계하고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때 사랑은 언어를 발명한다.’

이 글은 팟캐스트 작가이며 시인인 허은실의 에세이집 당신에게 말을 걸어서에서 따왔다. 주목하고 싶은 건 사랑은 언어를 발명한다라는 대목이다. 이는 곧 사랑이 있는 곳에 새로운 언어가 탄생한다는 말과 통한다. 따라서 사랑이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요구된다. 사랑이 진솔한 언어와 접목될 때 그 사회는 살맛 나는 세상이 되고 그렇지 못할 때 우울하고 비참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살맛 나는 세상일까. 요즘 제주도 동쪽 끝 성산포 지역 사람들은 제2공항 문제로 우울하다. 필자 역시 성산포에 사는 팔십이 다 된 시골 노인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고, 또 죽어서도 이곳에 묻혀 있을 사람으로서 그들의 우울은 곧 나의 우울이기도 하다.

누구 못지않게 이곳을 사랑하며 고향 지킴이로 사는 사람이기에 나는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지면을 통해 제2공항과 관련한 내 생각을 밝힌 바도 있다. ‘성산포 사람들에게 20151110일 저녁 뉴스는 실로 경천동지할 감격스러운 사건이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가 성산포 지역이라는 뉴스가 그것이다라는 요지의 글이다.

유일한 관광지 일출봉 외에는 변변한 인프라 하나 없는 이곳의 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농사일에만 목매는 실정이다. 이런 그들에게 제2공항 소식은 구세주 같을 수밖에 없었다. 2공항의 필요성 역시 2012년도 제주도의회가 제주 신공항 건설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 건의할 만큼 도민 모두의 소망 사항이었던 게 사실이다.

현재의 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있고 제주시 권역은 날로 비대해짐에 따라 지역 균형 발전적인 차원에서도 당연시됐던 것이다. 다행히 성산포 지역이 선정됐다는 것은 동부 권역의 미래로 봤을 때도 낙후된 이 지역의 주민으로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로부터 4년째 지금 성산포 지역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지역의 모든 현안 사항, 미래 청사진, 토지거래 허가제 등은 제2공항과 맞물려 정지된 상태로서 지역 경제마저 휘청거린다. 예정 후보지에 저촉되는 몇 개 마을의 주민들은 그들이 떠안아야 할 예상치 못 할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누구든 조상이 물려준 고향을 지키며 살기를 소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해결 방법이다.

2공항 예정지가 발표될 당시만 하더라도 이 문제는 성산포 지역 사람들이 문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과는 무관한 단체와 인사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어서혹은 새로 발견된 숨골이 많아서라는 이유를 드는가 하면,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대안이 나오는 등 별스러운 이유와 조건이 난무한다.

철새도래지는 필자가 거주하는 오조리에도 있다. 이곳에서 80평생을 살았지만, 철새가 비행장 예정지인 서남쪽에서 이동해 오가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들의 이동로는 그 반대 방향인 일출봉과 우도 방향의 동북 바다 쪽이다. 또 새로이 발견된 숨골이라는 것 역시 제주의 지질 구조 상 도내 곳곳에 수없이 산재해 있어 동굴과의 연계성도 떨어진다고 보면 옳다.

또 다른 한 가지, 도의회 의장이 주장하는 도민 공론화는 어떤가. 그가 2012년도 환경도시위원장이던 당시 신공항 촉구 대정부 건의에 앞장섰던 분이라, 이는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바란다.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를 배우라는 아랍의 속담처럼 부정의 언어가 아닌 긍정의 언어, 사랑의 눈으로 매사를 바라보는 마음을 갖자고. 덧붙여 우리는 이미 발표된 제2공항 유치라는 대명제 앞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음을 목숨으로 밝혀둔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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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근 2019-11-13 19:18:29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뚜렷한 반대의 이유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느라 말도 안되는 여러 핑계를 갖다 붙이고들 있죠. 철새 숨골 군사기지설 등 모두 가설에 불과한것들을 갖고 십년이 넘게 정당하게 도민숙원사업으로 추진되어 온 결과물을 한순간에 부정하려니 전부 이치에 맞지 않게 되었죠.
성산과는 무관한 사람과 단체까지 가세했지만 수가 늘었다고 없던 논리가 생기지 않지요. 입지선정하는 과정에도 다들 가만히 있다가 성산으로 입지가 선정되니 공론화를 하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네요. 성산을 대표하는 어르신으로써 정말 큰 마음으로 좋은 글을 쓰셨네요. 이런 칼럼이 널리 실려야 되는데 대부분의 편파적인 언론은 반대쪽 주장을 가감없이 실어주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렇다고 역류가 순류를 이길 수 없습니다

김민우 2019-11-13 10:07:04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제2공항은 제주발전과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말도안되는 논리로 도민 갈등 부추기는 한심한 환경단체들에 휘둘리지 말고
이제는 제2공항 예정지역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나갑시다!

은종복 2019-11-13 05:51:12
저도 허은실 시인을 잘 알아요. 그 분은 제주2공항을 목숨 걸고 반대해요. 왜 허시인 책을 들먹이는지 모르겠네요. 제주도에 공항이 하나 더 만들어져서 돈을 버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그곳에 사는 나무일까요, 새일까요. 물일까요, 돌일까요. 그곳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과 개발업자들이죠. 일본 나리타공항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더 이상 공항을 만들지 않아도 관광객이 오는데 불편이 없어요. 사실 제주도 사람들이 살려면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을 줄여야 해요. 쿠바, 코스타리카 같이 관광이 주 수입원이 나라들은 그 나라에 들어가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해요. 오는 사람들을 제한하지요. 그 나라들은 자연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요. 자연도 그대로 두면서 나라 살림도 좋아져요. 사랑을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