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안 하고 폐지했다는 장애인등급제
‘폐지’ 안 하고 폐지했다는 장애인등급제
  • 제주일보
  • 승인 2019.11.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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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정부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고 맞춤형 지원방안 등을 담은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장애인등급제는 의학적 심사로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나누어 차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장애인들은 선택권도 없이 의학적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정해진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장애인에게 ‘등급 낙인’을 찍어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31년 간 장애등급제가 국가의 대표적인 장애인 복지제도인 동시에 ‘차별’의 근원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이유다. 등급제가 없어지면서 장애인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나뉘게 됐다.

정부는 6개 등급에 따른 차별적 혜택으로 지원의 경계·사각에 있던 많은 장애인들이 보험료 경감·거주시설·보조기기 이용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고 했다. 1~3급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던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 누구라도 신청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기본적인 생활유지를 위해 도움이 절실했던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후 장애인단체들은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등록하는 신규 장애인에게는 중증장애인 활동비 지원, 의료비 지원 등 각종 특수시책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신규 장애인으로 등록한 A씨의 경우 도내 병원을 찾았다가 ‘1급 장애인’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병원 측의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아직도 현장에는 ‘등급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하는 과정에서 예산문제로 특수시책 적용 범위 등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존 1~3급 장애에 해당하는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게 모두 지원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어 용역을 통해 정도가 심한 장애인 중 특수시책 지원 대상 선정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쯤되면 ‘가짜’가 아니라 ‘사기’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결국 문제는 예산이다. 우리의 장애인 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장애인 복지를 더이상 ‘돈’ 때문에 미룰 순 없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지지가 중요하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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