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뭐길래
정(情)이 뭐길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11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환.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한국인을 말할 때 흔히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도 흔쾌히 식사 또는 차 등을 제공하는 것을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 여기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것을 오히려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각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가진 것을 아무 이유 없이 남들에게 나눠주는 행위는 바람직하고 권장할만한 것이다.

다만 이런 미풍양속이나 의례적인 행위가 공직선거에서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은 대다수가 알고 있음에도 그놈의 정 때문인지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다 보면 친한 친구가, 동창이, 동네 선·후배가, 친척이 선거에 나왔는데 아는 사람들한테 내 돈으로 식사 한 번 대접하는 게 이게 무슨 선거법 위반이냐?’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식사 장소에 참석한 사람들과의 친분 관계 및 금액 등을 감안하면 위반한 사람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고 아마 법을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행위는 선거법에서 제한하는 제3자 기부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며 식사를 제공받은 이들은 과태료 대상이다.

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를 시기 제한 없이 상시 금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후보자 선택의 기준을 공약이나 성품, 자질 등이 아닌 재력 또는 인맥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바른 정치를 바라는 각종 집회 현장에서 보면 많은 이가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과정을 이야기하곤 한다. 재력을 바탕으로 한 기부행위를 통한 선거운동은 결코 공정한 경쟁도 공평한 기회라고도 할 수 없다. 또한 미덕이라고 하는 한국인의 정은 절대 대가를 바라는 베풂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기부행위는 오직 대가를 염두에 둔 범죄행위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년 4월이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적어도 이번 선거만큼은 성숙한 유권자 의식을 바탕으로 냉철한 이성으로 선거를 치러낸다면 향후 대한민국의 4년은 분명 희망적일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