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말태반 화장품 어떠세요!
제주 말태반 화장품 어떠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1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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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 및 논설위원

화장품산업에서 2015년은 마유(馬乳)화장품의 한해라고 기억될 정도로 말기름 화장품의 국내외적 열풍은 대단했다. 이하늬 배우가 겟잇뷰티 2015란 방송프로그램에 마유크림을 소개하면서 불기 시작한 마유화장품의 열풍은 원조 논란과 짝퉁 난립의 진풍경까지 연출했고, 마유화장품을 출시하지 않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없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주지역 화장품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주공항 내국인 면세점에서 가장 매출실적이 높은 제주화장품은 마유화장품이라고 한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제주는 예로부터 말(馬)의 고장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08년에는 현재의 제주테크노파크 전신인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이 주축이 돼 농림축산식품부의  ‘제주마(馬) 산업클러스터’ 유치 및 80억원 내외의 예산까지도 확보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제주마산업클러스터 사업단은 마유화장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국내 최초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유화장품의 성과는 오히려 도외 기업의 몫으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아 속상한 마음까지 든다.

어떻게 보면 제주인들은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는 독보적인 듯 하다. 전기자동차 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블록체인 산업, 화장품산업, 카본프리 아일랜드 슬로건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여러 신규 사업들이 최초로 제주에서 먼저 추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후광과 성과는 다른 지역과 기업으로 혜택이 돌아가 버리는 씁쓸함을 종종 경험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마유화장품도 그런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말(馬)과 연관돼 매사마골(買死馬骨)란 사자성어가 있다. 희망하던 명마(名馬)를 구하지 못했지만 이를 대신해 죽은 명마의 뼈를 후한 가격으로 구매하자 마을에 소문이 나서 결국에는 천리마를 더 얻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한 때의 쓸모없는 것에 희생을 치르지만 그로 인해 바라는 것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돌이켜보니 마유화장품으로 안타깝고 억울함을 치른 제주의 말(馬)에는 또 하나의 명품 원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말태반이다. 현재 태반화장품은 대부분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유래된 양태반이나 돼지태반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태반은 얇은 막으로 이뤄진데 반해 말태반은 인간과 같이 융모 조직이 매우 발달해 있어 가장 인간 태반과 유사한 태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말태반 원료가 멜라노마 세포에서 멜라닌 생성을 저해하고 염증인자인 나이트릭 옥사이드 생성도 억제함과 동시에 항산화 효과도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제주테크노파크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화장품원료 측면에서 미백과 주름개선 화장품뿐만 아니라 아토피나 여드름 등과 같은 피부질환 개선 제품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연구결과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환자 치료에 태반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와 마리 앙투아네트 등도 미용 목적으로 태반을 이용했다고 하니 태반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국내외 스토리는 차고 넘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마유화장품의 아픔을 치유할 구원투수로서 말태반 화장품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각 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화장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독일은 당근크림으로 유명하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양태반 화장품이 시그니처 화장품인 셈이다. 그러면 제주는 과연 어떠한가?

궁극적으로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라 했다. 제주가 자랑하는 2000여 생물자원에서 새로운 원료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의 고장 제주에서 태반을 특화해 제주의 시그니처 화장품으로 육성하는 것은 어떨는지 고민해 본다. 마유화장품의 상처를 되새기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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