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 치료의 장단점
한방 난임 치료의 장단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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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2018년 합계출산율 0.98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 국가가 된 한국. 위험을 직감하면 종족 번식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이라던데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계제일의 저출산에 여러 정치 사회적 원인이 있겠지만 한의학적으로 단 하나의 원인을 키워드로 꼽으라면 '28세 여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은 7, 남자는 8의 배수의 나이에 생리적으로 급변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혈기 왕성한 중2, 16세 전후의 남자아이를 이팔청춘이라고 칭했다. 여성의 경우 14세에 초경을 하고, 21세까지 키가 크고, 28세에 완전히 육체적으로 성숙해지고, 35세 이후로 노화가 시작되어, 49세에 완경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저출산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통계수치를 분석하던 중 도드라진 자료가 눈에 띄었다. 2017OECD 자료에 따르면 첫 자녀 출산 나이가 OECD(선진국) 평균이 29세인데 한국은 31.5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5년 차이일 뿐이지만 한의학적 봤을 때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농사에서 파종 시기를 며칠 놓친 것이 큰 대수냐 말로 항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 할 수 있겠다. “28세라는 신체적 완숙기를 기준으로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가설은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 저출산을 조장하는 가부장적 문화나 가사분담, 육아휴직 같은 문제는 아무리 가중치를 준다 해도 생물학적 원인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올해에 제주도청 차원에서 한방 난임 사업이 확대 시행됐다. 3개월간 임신에 도움이 되는 한약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는데 주로 35~40세의 대상자들이 지원하였다. 통계적으로 35세 이후 급격히 임신율이 저하되고 40세 이후로는 양방난임 시술을 해도 10% 이하의 성공률을 보여서인지 35세 이상이 대부분이었던 한방 난임 사업 지원자 중에는 반복적으로 양방시술을 시도했던 여성들이 많았다. 양방시술을 반복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지원 여성 중에서 한약 복용 후 임신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저출산 해법으로 한방 난임 치료의 위상이 재고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28세 전후로 한방 저출산 정책이 시행될 수만 있다면 비용대비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방 난임 치료의 장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 몸의 아궁이에 불을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약과 뜸과 침으로 아랫배 즉 자궁의 온도를 높여서 그 온기가 손발에까지 미칠 정도로 온몸이 따듯해지게 하고, 이어 따듯해진 위장에서 소화력이 향상되어 결과적으로 전신의 영양 상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한방 난임 치료의 핵심이다. 이렇게 밭이 비옥하고 적정한 기후가 조성되면 어떤 씨앗도 발아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궁을 보하는 한방치료는 자연임신이 어려워 양방난임 시술을 꼭 해야만 하는 경우에도 시술 후 유산확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양방시술 전에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주 시도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보다 한번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한방 난임 치료의 단점은 진단기를 한의원에서 사용하지 못해서 환자의 상태파악 시 문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양방난임 진료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한방 난임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28적령기라는 시기를 양방에 양보해왔다는 점이다.

국가적 재난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한방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최적의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것이 의사의 도리라 생각한다. 정책적으로는 출산장려정책을 28세 이전 여성을 중심으로 설계해서 공적 화력을 집중시키고, 혼인 신고 후 6개월 기한을 한정해서 부부 남녀 모두에게 무상 양방검진을 제공해서 만약의 문제를 조기 인식할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의학적으로는 3개월 시도에도 자연임신이 되지 않으면 자궁 건강을 증진시키는 한방 난임 치료를 장려하고 한방 난임 진료에도 소식이 없을 땐 양방시술을 권장했으면 한다.

전신의 균형과 심신의 조화를 위해 진료하는 한의원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연의 환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 허리가 아프더라도 상한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삶에 있어 우선순위를 교통정리 해드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르신들도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처럼 본인의 불균형을 한의학적으로 진단해드리면 경청하고 고마워하신다. 그렇게 10년 남짓 수집한 임상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녀노소를 통틀어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그다음이 가정이었다. 일과 재물은 중해도 절대 건강과 바꿀 수 없다고 하셨다. 건강이 자타공인 기본인 상황에서 결국 행복한 인생을 좌우하는 요소는 가족이며, 부모세대를 보내드리고 남은 삶의 행복은 결국 자식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을 일이 없는 가정일지라도 아이가 생기면 하루에도 수십 번 웃을 일이 발생한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었다. 앞으로는 미소짓는 한 아이가 능히 한 마을을 행복하게 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는 전쟁 폐허를 딛고 최고의 반도체를 만들고 양궁, 비보이, BTS가 있는 나라이다. 저출산 문제해결이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정면 승부해도 쉽지 않은 문제인데 미루고 외면하면 백전백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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