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시작됐어요…
썰물이 시작됐어요…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11.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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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 시작됐는데도 (제주도에선) 모르는가 봐요.”
서울에서 작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후배가 고향엘 왔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기업도 떠나고 투자자들도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도 낌새를 알아채지 못 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의 말은 이제 제주도는 더이상 투자매력이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 가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제발 그만두라”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갔다가 손 들고 나왔느니, 어떤 기업은 혼줄이 났다”는 등 떠도는 말도 많고 사연도 많다고 했다.

사실 그렇다. 새로 제주로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기업은 없고, 최근 3년간 이미 제주로 이전하겠다고 제주도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기업 13곳도 실제 제주로 이전한 곳은 2곳뿐이다.
나머지는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내국인 기업만인가.
외국인 투자도 썰물처럼 줄어들고 있다. 최근 5년간 제주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착액 기준)는 2014년 5억5400만달러, 2015년 7억400만달러, 2016년 9억8700만달러로 증가하다2017년 9억달러로 줄었다. 그리고 지난해엔 3억5600만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제주지역 외국인 직접투자(도착액기준)는 6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도는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제주도를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동북아시아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제주도 개발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활동이 최대한 보장되기는커녕 ‘기업하기 어려운 규제 도시’가 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여기까지인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를 이어 추진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를 이은 투자개방형 병원은 ‘영리병원 불가’ 주장에 발목이 잡혔고 외국계 카지노는 ‘도박공화국 조장과 국부 유출’ 논리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른 대형 외국인 투자 리조트 사업들도 벽에 부딪쳤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 안다. 중단된 사업지구들이 해골처럼 널려있다. 사람 이동이 자유롭다는 ‘노비자 입국’도 흔들리고 있다.
한 때 기대를 모았던 제주도가 어쩌다 외면받는 투자처가 됐을까. 한 기업인에게 물으니 “기업이 투자하는 결정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규제장벽이 낮아서 사업활동이 자유롭거나, 세금부담이 낮아서 비용이 적게 들거나 노동시장 유연성이 좋아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어야 한다”고했다.

▲그런데 제주는 어떤가.
“현재 제주도내 23개 주요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중 중국(홍콩 포함)이 진행하는 것은 19개로 82.6%(총투자액 12조8618억원)를 차지하면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투자 프로젝트는 대부분 숙박, 레저 관광시설에 집중되어 있고 투자기업은 대부분 부동산기업으로 투자 분야가 너무 편중돼 있다.”

지난주 제주연구원이 주최한 제4회 한·중 21세기 해상실크로드 발전과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왕천천(王天泉)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 중국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규제 장벽으로 투자유치 길이 막혀있다.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투자유치 영역을 확대해 다원화된 개발모형을 개척해야 한다.

왕 교수의 제안처럼 해운 허브항 구축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고 한중자유무역시범구(나아가 한중일 FTA 시범구)를 건설하는 청사진도 좋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국제자유도시의 꿈을 이룰 새 청사진이 필요하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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