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계 '살아있는 전설' 제주 넘어 세계 '번쩍'
역도계 '살아있는 전설' 제주 넘어 세계 '번쩍'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11.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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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역도선수 김수경
제주 역도간판 김수경이 지난달 서울 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역도 여자일반부 64㎏급 부문에서 우승한 후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손바닥에 딱딱하게 박인 굳은살, 포기를 모르는 긍정적인 이미지 트레이닝,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운 훈련장의 거울은 역도선수 김수경(34·제주도청)을 ‘살아있는 전설’로 만들었다.

중학교부터 역도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1년도 안돼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첫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수없이 바벨을 들어올린 그는 ‘전국체전 50개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역도계 맏언니 김수경이 21년째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노력과 훈련에서 찾을 수 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도 그의 일상은 훈련으로 시작돼 훈련으로 끝난다.

역도 불모지 제주섬에서 나고 자라 세계무대를 들어올린 그의 땀방울엔 특별하고도 평범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놀기 좋아했던 소녀가 찾은 ‘메달 따는 재미’

역도선수 김수경은 제주시 삼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1학년 당시 우연히 역도부 친구들을 구경하러 갔다가 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하나둘 역도부를 나갔고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김수경도 포기할까 고민하며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역도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그를 다잡았다.

선생님은 “이왕 시작했으니 한 번은 전국대회에 출전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고, 이에 훈련에 매진한 김수경은 선수생활을 시작한지 1년도 안돼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첫 메달을 따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운동을 시작했던 시기가 놀기 좋아했던 학생 때였기 때문에 그만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며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 재미를 느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고교 진학 후 역도선수 김수경의 진가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제주중앙여고 1학년 당시 출전한 제82회 충남체전에서 여고부 대회 신기록 달성과 함께 3관왕을 차지하면서 ‘작은 거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고교생 국가대표 발탁과 계속된 한국신기록 경신 행진에 이어 2004년 아네테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참가해 여자 63㎏급에서 5위를 차지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의 두각을 나타냈다.

전성기를 맞은 김수경은 2005년 동아시아게임 동메달, 2010년 터키세계선수권대회 인상 동메달, 같은해 12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3년 러시아 카잔유니버시아드 동메달 등의 성적을 올리며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최고의 역사(力士)’로 명성을 떨쳤다.
 

■힘들었던 부상 슬럼프…회복 역시 훈련이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두렵고 힘든 것 중 하나가 부상이다. 김수경 역시 그랬다. 그는 2017년 충북 전국체전을 2주 앞두고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다.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꾸준히 따냈지만 당시 부상 여파로 ‘노메달’에 그치면서 슬럼프 위기에 놓였다. 김수경은 “메달을 따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너무 아파서 훈련에 참여할 수 없던 게 더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역도는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근육 부상은 물론 허리, 무릎 등 관절 부상이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다.

부상 회복엔 휴식이 가장 좋은 약이지만 김수경은 부상 회복 중에도 훈련을 놓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만의 훈련법이기도 하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부상 회복이나 국가대표 선수로 국제대회를 나갔을 때 긴장감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근질이 좋은 체질이 아니어서 꾸준하게 훈련을 하는데 집중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강약 조절을 하면서 쉴 땐 쉬고 운동할 땐 운동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때나 부상 회복 중에도 머리로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도움이 많이 됐다. 부정적인 생각은 일절 하지 않으려고 하고 긍정적인 생각 위주로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역도를 한다고?”,‘할 수 있다’로 증명
“전 그래도 제주에서 운동할 겁니다.”

김수경은 운동선수로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역도 불모지 제주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나갔다. 중학교 시절 그의 자질을 꿰뚫어 본 다른 지역 학교 코치진이 탐낼 정도로 그는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우려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가까운 가족 중에도 운동선수가 없었던 그에게 운동선수는 물론 역도 종목에서의 두각은 놀라움과 동시에 의아함도 불러왔다.

이 때문일까. 김수경은 주변에서 “제주도에서 뭘 할 수 있겠어? 선수로 제대로 크려면 육지로 나가야지”라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이런 냉소적인 반응에도 김수경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고향 제주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고 마음을 붙잡고 훈련에만 매진했다.

그는 “제주에도 학교 역도부가 있었고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다 돼 있는데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들었다”며 “크려면 육지로 가야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수경은 ‘그래도 난 제주에서 해보겠다’는 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역도선수로서 타고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는 100% 노력으로 세계무대를 번쩍 들어올림으로써 제주인의 힘을 증명했다.

“지도자로서 제주체육의 힘 알리고 싶어” 
김수경은 21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역도선수로 제주체육을 알렸으니 이제 지도자로 역도를 활성화시키고 후배들을 위해 제주체육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 역도계는 선수층이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맏언니 김수경이 변해가는 제주 역도계를 보면서 드는 아쉬운 점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도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녕고등학교 역도부 선수들과 실업팀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그가 제주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김수경은 “중·고등학교 선수가 많이 없어지면서 실업팀 선수들까지도 상황이 여러모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역도가 비인기 종목이라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지도자로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아직까지 지도자로서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선수로 경험했고 느꼈던 부분을 최대한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체육계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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