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코리안 퍼’ 숲, 보전했으면
세계인의 ‘코리안 퍼’ 숲, 보전했으면
  • 제주일보
  • 승인 2019.11.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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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이용하는 사철 내내 초록빛에 삼각뿔 모양을 한 나무가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토종목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명으로 아비스 코리아나 윌슨(Abies Koreana Wilson), 영어명으로 코리안 퍼(Korean Fir), 한자명으로 제주백회(濟州白檜)로 명명된 한라산 구상나무다.

이 나무를 세상에 알린 건 대한제국 시기 제주에서 포교 활동을 하던 프랑스 식물학자 신부들이다.

앞서 한라산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해 전 세계에 알린 에밀 타케 신부와 위르뱅 포리 신부가 1907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해 유럽에 보냈다.

이후 1917년 하버드대의 식물분류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제주에 직접 와 확인한 뒤 1920년 관련 저널에 발표하며 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후 한라산 구상나무는 현지 기후에 맞게 70여 개량종이 개발돼 미국과 유럽 일대에서 키워졌다. 조경수로 확산됐고 목질이 좋아 가구와 건자재로도 활용됐다. 무엇보다 사계절 내내 초록빛에 삼각뿔 모양을 유지한 덕분에 크리스마스트리로 제격이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원산지인 한라산에서는 갈수록 구상나무 군락이 줄어 이대로 가면 멸종할 수도 있다고 식물학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2011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EN)으로 지정했다. 분포면적이 10이하로 줄어들면 극심 멸종위기종(CR)으로 바뀐다.

그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 전략 마련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또다시 전했다.

조사 결과 2006년부터 2015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림이 15% 감소하는 등 2000년대 이후 구상나무림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선 연구자마다 제각각이어서 확실한 주()원인 규명이 모호한 상태다.

고 박사도 구상나무 고사 가속화 원인을 특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적설량 감소,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적인 요인과 강한 바람 등 물리적인 요인이 고사를 가속화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코리안 퍼를 계속 개량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못 하고 있으니 갑갑하다. 외국의 개량종 개발 사례를 참고해 기후·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을 보전했으면 좋겠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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