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지닌 청년들의 의무, 공정한 사회 되길…
‘열정’ 지닌 청년들의 의무, 공정한 사회 되길…
  • 제주일보
  • 승인 2019.11.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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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1999)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현실
다음 세대엔 불공정 제도 없길

우리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들이라면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군인을 천직으로 여기는 분들을 제외하고 아마도 군대가 좋아서 입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려 나라의 부름에 응합니다. 저도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저희 땐 대학을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교련 수업을 받고, 별도로 문무대와 전방 입소교육을 받았습니다. 또 그런 교육을 이유로 각 45일씩 90일의 병역단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따분한 교련 수업도 듣기 싫었고, 며칠씩 합숙해야 하는 문무대나 전방 입소 교육도 이런 걸 왜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할 무렵이 되면 그 90일 단축제도에 그저 감지덕지(感之德之) 감사할 따름이었죠. 단지 가방끈이 조금 길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엄청난(?) 혜택을 받고 떠날 땐 남아있는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전우들의 눈빛이 눈 앞에 선합니다.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불공정한 제도였기도 합니다.

다들 의무적으로 마지못해 하는 군 생활이고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라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도 생각하지 말고 까라면 까라는 말이 입에 붙을 정도라서,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제정신이 아니라 군인정신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입대하기 전에 무슨 일을 하다가 왔든지, 집이 잘 살든 못 살든지 간에 다들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냅니다. 또 직업군인이 아닌지라 짬밥을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 진급해서 누구나 상급자가 되지요.

열정’에 수록된 스티브 유 사인.
열정’에 수록된 스티브 유 사인.
‘열정’에 수록된 스티브 유(Steve Yoo) 사진
‘열정’에 수록된 스티브 유(Steve Yoo) 사진

그렇게 나름 공평하게 동고동락하다보면 어느덧 전우애도 생기고 조직생활에 적응되어 갑니다. 그 즈음이 되면 입대 전 주변에 널려있던 군필자들이 다들 존경의 대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 분(?)들도 다들 이런 과정을 이겨낸 분들이구나 하면서 막연한 동료의식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보통(?) 남성들의 술안주에서 자신의 군대 얘기가 안 빠지고,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 병역의 의무가 오늘을 사는 모두에게 공평한 걸까요. 군대를 현역으로 가면 어둠의 자식, 방위로 가면 장군의 아들, 면제 받으면 신의 아들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남보다 짧게 가거나 면제 받는 분들 이야기가 아닙니다. 꼭 그런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분들 외에도 요즘은 그 이라는 게 너무 많습니다. 온갖 잡신들이 설치는 세상입니다.

먼저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찾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주어진 그 신성한 의무를 면제 받는 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 잘나가는 잡신들 눈에는 어둠의 자식들은 뭘로 보일까요.

내년이면 저희 집안에 또 한 명의 어둠의 자식이 나옵니다. 소망컨대 다음 세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뜬금없지만 엊그제 입수된 책 중에 지난 17년간 병역회피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한 미국인(Steve Yoo)의 책 열정’(다모아, 1999)이 눈에 띄어 저 혼자 한 넋두리였습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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