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적 독서‧토론, 지역사회와 연결...‘독서의 맥(脈)’
자기주도적 독서‧토론, 지역사회와 연결...‘독서의 맥(脈)’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11.0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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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일고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

 

제주제일고 소속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제주제일고 소속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질문을 하다보면 어느 새 제주의 현안이 보여요. 가장 가까이에 있으니 이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주도적으로 책을 읽고 질문하고, 토론 끝에 지역사회로 뛰어드는 고등학생들이 있다. 제주제일고등학교(교장 문영봉) 소속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이다.

동아리 회원 학생들은 경제학‧사회학‧교육학 등 분야별 독서토론 및 서평 쓰기 과정을 거친 후 학교나 제주에 적용할 수 있는 활동과 함께 이를 보고서 형식으로 글을 써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독서의 맥은 2학년 문과 학생 6명으로 이뤄진 동아리로, 이들이 1년 간 작성한 보고서는 개인별 책으로 만들어져 이들에게 주어지게 된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 중에서도 ‘토론’ 과정을 통해 상대방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의견과 생각에 천착하거나 매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찬 군은 “만약 토론 과정 없이 독서만 하고 글을 썼다면 저희 글은 서로의 입장과 의견에 매몰됐을 수도 있다”며 “토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게 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나 자신만 맞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아리 부장을 맡은 홍현우 군은 “처음 동아리를 구성할 때 6명이서 토론을 할 때 의견이 나뉘어봤자 얼마나 나뉘겠냐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토론을 하면서 ‘소수의 구성원 속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각을 재고하게 됐고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은 평소에는 자진해서 읽기 힘든 분야별 도서를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느끼는 뿌듯함을 동아리 활동의 매력으로 꼽았다.

문승일 군은 “정기동아리가 도서부였고, 자율동아리 구성에 있어 독서 목록을 보고 ‘평소에 이런 책들을 읽을 기회가 앞으로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주어진 시수가 짧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친구들과 경제학과 사회학, 교육학 등 평소 깊게 생각하기 힘든 분야에 대해 자율적으로 시간을 내가며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현기성 군은 “혼자 책을 읽으면 늘 어딘가 특정 분야에 치우치기 마련인데, 친구들과 평소 접하지 않았던 책을 읽고, 책을 써보는 기회를 한 번쯤은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책 읽고 쓰는 것은 별개였다. 낯설었지만 더욱 재밌었고, 책을 한 권을 끝낼 때마다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발굴하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군은 “책 읽는 과정보다는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의견을 말하고, 토론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해야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힘들었다”며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친구들과 의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신나고 할 말도 더 많아지게 됐다. 요즘은 동아리 시간이 계속 기다려진다. 고등학교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기 군은 “평소 사회와 인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지난 1학기 때부터 진로와 대학교 학과를 사회학 분야로 목표를 세워서 공부를 하고 있다. 동아리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정리하고 만나 토론하고, 제주지역 쓰레기 문제 등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이 의미 깊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달 중으로 그 동안의 독서토론 과정에서 제기됐던 주요 지역현안 문제들을 수렴해 최종 연구 주제를 선정한 후 지역사회로 나가 도민 대상 설문조사 및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현안 해결책을 고민하고 이에 따른 탐구보고서를 작성‧발표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학교 축제인 일맥제에서 부스 운영을 통해 이들이 읽은 책들 중에서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 지식을 다른 학생들과 나눠보는 시간을 갖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를 테면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책을 통해 ‘로컬(local) 상품’에 대한 토의를 한 이들은 학생 대상 제주지역 상품 판매 등에 대한 학교에서의 적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이들은 자신이 쓴 서평문과 보고서 등 초고를 선정하고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출판을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양지선 교사는 “학생들이 책과 관련해 토론하고, 이를 학교와 지역 현안의 문제에 연결해 탐구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차다”며 “1년 간 6명의 학생들과 함께한 이 활동은 평소에 모든 학생들이 경험했으면 하는 독서활동 과정이다. 향후 학생들은 독서토론 활동 결과물과 서평문, 탐구보고서 등을 모아 개인별 책을 제작하고, 교내 자율동아리 보고서 대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제일고 소속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제주제일고 소속 자율동아리 '독서의 맥(脈)'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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