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숨겨진 환자’를 위한 대책을
100세 시대...‘숨겨진 환자’를 위한 대책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0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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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치매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부양자 446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였다.
부양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신체적 부담’이었다. 심리적 부담이나 경제적 부담보다도 신체적으로 힘이 딸려 부양이 힘들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치매를 앓는 노인의 가족은 ‘숨겨진 환자’로 불리는가. 완치(完治)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수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건강이 악화되고 심리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온종일 치매 가족을 돌보려면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라온다.

우리가 치매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등 부양을 맡은 사람들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또 다른 ‘환자’를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치매 환자는 지능·의지·기억 등 정신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한다. 하루 종일 옆에 붙어서 수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자들을 돌보는 인프라가 부족해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가족이 떠맡아야 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고령의 치매환자들 역시 노년에 이른 배우자나 자녀가 돌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노(老)-노(老)케어’다. 그 과정에서 불행한 일들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80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부인을 10년도 넘게 간호하다가 끝내 한계를 느낀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최근 벌어진 사건이다. 자식들이 치매환자인 노부모를 모시다가 파국에 이르는 경우도 끊이지 않는다. 치매환자를 돌보다가 마지막 선택에 내몰린 ‘간병 살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치매가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치매를 앓는 환자에 대해서는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간병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세 시대’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2045년이면 한국은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37%로 세계 1위가 되는 ‘노인 국가’가 된다. 제주사회도 65세 이상 인구의 10% 정도인 1만여 명이 치매를 앓고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 나아가 2025년이면 노인 비율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치매환자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족이 아프면 일을 할 수 없고, 순식간에 빈곤가구로 전락한다. 사회의 도움이 없으면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도록 하려면 치매 예방과 치료에서부터 사회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만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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