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찬스, 실력찬스
부모찬스, 실력찬스
  • 제주일보
  • 승인 2019.11.0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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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자신의 능력이나 실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보다 부모나 권력의 힘을 이용해야 성공하고 좋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어서 마음은 답답하고, 심한 허탈감을 느낀다면 어떨까?

하나의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여럿 있겠으나 자신이 지닌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지가 그것을 가름할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여러 현상들을 보면 이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고 느끼고 노력하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즘의 세태가 삶의 의욕을 떨어뜨려 희망과 용기를 말살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일자리가 자식에게 세습되고 부모의 힘과 능력으로 만들어낸 스펙과 정보를 무기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며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모의 입김으로 바라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 등을 자주 듣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와 기회를 빼앗고 또 짓밟아버림으로써 사회를 불공정하게 만드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능력이나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도 공평하게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무참하게 빼앗아 버리는 것을 가리켜 부모찬스라고 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마음 속에 불만과 분노가 쌓이게 되고, 임계점에 이르는 순간 폭력성을 띤 물리적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당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낳을 것이고, 구성원들은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국민 모두는 불행하다고 여길 것이니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혹자는 합법적 불공정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라도 불법은 아니니 별거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행위는 공정과 정의의 근간을 뒤흔들어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看過)한 매우 위험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력찬스는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지닌 재능과 실력을 마음 껏 발휘해 정정당당하면서도 공평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말한다. 이것이 많고, 당연시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하면서도 살기 좋은 사회로 가는 길임은 자명하다.

노력만 하면 언제든지 나에게도 성공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이 있다면 좌절과 분노가 나라 전체를 휩쓰는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건전한 사회가 되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근래 어느 방송사에서 트로트 부르기 대회를 통해 발굴한 무명 가수들의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면서 열광하는데, 그 이유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실력찬스를 잘 살린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찬스를 악용해서 다른 사람의 기회와 권리를 짓밟아버리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실력찬스를 활용해 떳떳하게 성공하거나 출세한 사람을 보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기뻐하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부모찬스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고, 실력찬스가 많아지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미래 세대에게는 좀 더 희망적이고 행복한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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