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한라산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11.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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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바라본다. 백록담 정상, 아니 이 가을 만산홍엽(滿山紅葉)의 1900m 고지에서 아래로 선을 긋기 시작한다. 만세동산에서 바라보는 어리목 계곡과 기암절벽 사이로 핏 빛 선연한 영실, 용진각, 그리고 왕관능으로 잇는다. 잠시 멈췄다가 1100도로에서 점을 찍는다. 보라, 한라산 남북으로 방사선처럼 뻗어가는 느낌표가 들어선다.
계절은 나무잎새로부터 온다. 지난 봄 앙상한 가지에 움을 틔워 연록색의 모습을 드러냈던 잎새들이 한 여름엔 짙푸른 무성한 잎새로 온 산을 초록으로 채웠다. 그러더니 이 가을, 새 빨간 단풍으로 산을 붉게 태우고 있다.이제 곧 다가올 겨울엔 잎새 떨어진 가지에 새하얀 눈꽃이 장식될 것이다.
나무잎새의 바뀜이 계절의 변화를 가슴에 와 닿게 한다.

▲한라산에만 울긋불긋 느낌표를 좇아 색색이 고운 길이 열리고 있는 게 아니다. 가을 정취에 물든 제주는 관광객 물결로 고운 길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산에도 안 가면서 왜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고 다닐까?
서양 여행지에서 한국관광객을 구별하는 방법이 이 울긋불긋 등산복이다.그러면 어떠랴. 모처럼 많은 관광객들을 맞은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얼굴이 붉게 피어났으면 됐지. 하루 평균 4만5000명에서 5만 명의 관광객들이 제주로 오고 있단다.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내 전세 버스 예약률이 최근 2주동안 100%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고 렌터카 업체도 주말 평균 예약률이 70~80%를 웃돌고 있다.관광호텔 등 숙박시설도 평균 70%를 넘는 예약률을 보인다. 관광업계의 웃는 얼굴이 좋고 활기찬 관광객들을 보기만 해도 즐겁다.
한라산 단풍이 무등산, 두륜산보다 먼저 물들기 시작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사람 많이 모인 열기가 한라산의 단풍을 빨리 오게 하는지 모른다.

▲낙엽이 깔린 길은 색색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해서 밟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같다. 굳이 한라산 깊은 숲길을 안가도 좋다.
제주시내 신산공원, 사라봉공원에만가도 충분하다. 낙엽길을 걷다보면 언제 번잡한 세상 시름을 안고 살았는가 싶어진다.
어디 그 뿐인가. 단풍 사이로 하늘을 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배이는 듯하고 아침 5시 조금 지난 시간에 공원에 가면 단풍나무에 달빛이 비치면서 가을은 형언할 수 없는 느낌표----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팍팍한 살림에 단풍에 취할 여유를 찾기 힘들다는 건 다 안다.
이제 단풍철도 얼마 안 남았다. 아무말 못한 채 얼굴만 붉히다 돌아와도 괜찮으니까. 가을이 선사하는 단풍을 찾아 훌훌 털고 발길을 옮겨보자. 세상이 험해 사는 게 힘든 해일수록 단풍이 더욱 붉어진다는데. 올해는 유난히 단풍잎이 곱다.

▲가을이 있는 것은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라는 자연의 신호다. 나무는 스스로 잎을 떨궈 추위를 견뎌낸 후 다시 새 잎을 피우는 것으로 그 신호에 응답한다.
그래서인가. 가을을 부끄러움을 아는 계절이라고 한다. 단풍이 서리를 맞으면 맞을수록 빠알갛게 얼굴을 붉히듯이. 사람도 큰 시련을 겪으며 호된 서리를 맞아봐야 한층 더 성숙해진다. 오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한라산 단풍이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구상나무, 주목, 적송 등 초록 상록수와 울긋불긋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여러 색깔로 물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왼쪽 색깔, 오른쪽 색깔이 함께 있어야 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다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것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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