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해결해야 할 이장이 당사자, 갈등 풀리지 않아 후유증 예고
대부분 마을 향약에 이장이 총회 소집권 독점 규정, 개선 필요성
제주지역 곳곳 마을이 이장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 쪼개지고 공동체가 흔들리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시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를 비롯해 조천읍 교래리, 구좌읍 동복리와 월정리 등이 이장에 대한 이해 충돌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선흘2리는 동물테마파크에 대한 찬반 주민 간 이장 선출을 놓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교래리는 이장 당선자의 학력 위조여부를 놓고 일부 주민이 해임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빚어졌다.
두 마을에서 새 이장이 선출되거나 이장이 해임됐지만 행정당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조천읍 함덕리와 한림읍 협재리는 이장 선거과정에서 낙선자 측이 당선인의 불법행위 등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결과 마을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좌읍 김녕리는 전 이장의 마을재산 부적정 운영에 따른 해임 결정 처분을 놓고 무효소송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마을은 갈등에 따른 리행정 마비로 도내 생활인프라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복리는 이장 선출 당시 일부 부적격자의 투표로 당선자가 자진 사퇴한 결과 하수처리장 협잡물의 환경자원순환센터 반입 여부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월정리는 이장 선거 뒤 갈등이 불거지면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관련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마을 갈등은 이장 해임 등을 놓고 고소‧맞고소가 이뤄지면서 법적 다툼으로 비화됐다. 일부 마을에선 이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법원이 직무대행까지 지정한 상태다.
이 같은 갈등의 증가는 각종 개발사업에 주민 협의‧동의가 필요하고 마을 재정자산이나 수익사업이 늘면서 이장의 위상이 높아지고 경쟁률이 치열해진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분쟁을 조정해야 할 이장이 연루된 탓에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대부분 마을운영규약(향약)에 총회 소집권을 이장이 독점하는 규정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행정이 향약 표준안을 만들어 마을에 권고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자칫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이장협의회와 이장워크숍 등을 통해 향약의 개선 필요성을 공론화한 후 미비점을 함게 논의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