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운 여행지 정보를 얻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것도 남들이 안 가본 그야말로 신세계 같은 곳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채널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저는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의 방송에 소개된 여행지를 주로 찾아다닙니다. 이들 방송은 오지 여행자를 자주 소개하는데, 3년 전 우연히 한 프로그램에서 영국인 여행자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다녀온 것을 보고 ‘다음은 저 곳을 가자’ 하고 결심해 함께 여행할 일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히말라야동호회’라는 모임에서 오지를 자주 간다는 정보를 얻고 문의했더니 “몇 차례 일행을 모집했지만 갈 사람이 없어 취소됐다”며 다시 모집해 갈 사람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2년이 지난 올해 초 다른 일로 연락했다가 “혹시 무스탕은 안 가느냐”고 물었더니 모집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제일 먼저 신청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드디어 지난 8월 13일 무스탕으로 가기 위해 네팔을 향했습니다. 힘든 오지를, 그것도 경비가 많이 들고 고생하는 여행을 같이 가겠다는 사람을 찾기란 참 힘듭니다. 마침 이런 여행을 두 차례나 동행했던 후배 양성협 부부가 함께 가겠다니 얼마나 반갑던지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답니다.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무스탕 여행은 15일 일정으로 일행은 여행자 9명과 가이드, 포터(짐꾼)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네팔의 두 번째 도시인 포카라를 거쳐 무스탕 입구인 좀솜까지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한답니다.
네팔은 8월이 우기여서 날씨 변화가 심해 비행기가 결항하기가 쉽답니다.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도로 사정에 따라 12시간 혹은 그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각오해야 할 거라고 가이드가 겁을 줍니다.
그렇게 걱정 속에 포카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30인승 소형비행기가 요란스럽게 날아오르자 만년설이 덮인 히말라야산맥이 구름을 뚫고 나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장관을 마주하자 너나없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새 포카라에 도착했는지 비행기가 고도를 낮춥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도시 포카라, 10여 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갈 때 며칠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아침이 밝아오자 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3시간을 기다렸으나 결국 비행기는 결항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차량을 빌려 타고 첫 숙박지가 있는 추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날씨가 나빠지고 길은 또 얼마나 험한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산등성이 몇 개를 오르내리더니 커다란 깔리 간다키강을 따라 차 두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긴 협곡 길을 지납니다. 차라리 걷는 게 빠를 정도로 차는 느릿느릿합니다. 일부 구간은 이제야 확장공사를 하는지 돌무더기가 잔뜩 쌓였습니다. 이 강은 히말라야산맥에서 인도까지 흐른다는데 시커먼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 보기에도 끔찍합니다.
계곡물은 흙탕물이지만 산 위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맑고 깨끗합니다. 여러 갈래 폭포가 눈길을 끌던 차에 일행 중 일부가 힘들었는지 잠시 쉬고 가자고 해 사진 찍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출발했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길도 더 험해져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막막한데, 앞서가던 차들이 멈춰 섭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바로 앞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답니다. 현지 경찰이 수습에 나섰지만 3시간이 지나도록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이대로 밤을 지새워야 하나 걱정이 들 무렵 포크레인 한 대가 오더니 시원스럽게 돌무더기를 치워줍니다. 포크레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일정이 늦어져 서둘러보지만 도로 사정은 갈수록 더 나빠집니다. 산을 넘고 강도 건너는데 운전사는 어둠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는지 아무튼 한밤중 숙소인 추상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와 먼저 도착한 포터들이 식사 준비를 해놓아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무스탕에서의 첫날밤을 맞았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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