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란 도대체 무엇일까
커피란 도대체 무엇일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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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가을이 막바지다. 이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커피가 아닐까 싶다. 식사를 끝내면서 “우리  커피 한 잔 할까”라는 얘기가 곧 잘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커피를 즐긴다. 어디 우리나라 뿐만일까. 인류는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세상에서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은 원자재라는 말이 커피의 위세를 실감나게 한다.

미국의 작가 마크 펜더그라스트가 1999년에 펴낸 ‘매혹과 커피의 잔혹사’에서 ‘커피가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로서는 지구에서 오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가장 가치가 높다’라고 한 적이 있다.

한국인에게도 커피는 물처럼 많이 마시는 음료다. ‘커피의 인문학’(박영순 지음)에 따르면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집계를 보면 성인 1인 당 1년에 마시는 커피의 양이 아메리카노 1잔(10g)을 기준으로 2012년 288잔에서 매년 평균 7%씩 증가해 2016년에는 377잔에 달했다고 한다. 매일 한 잔 이상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커피는 약 500년 전 처음 유럽에 들어온 이래로 주변 세계를 번화시켜왔다.

커피는 인기 음료였던 맥주와 포도주를 밀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커피의 역사’에 대해 지은 책 중 하인리히에두아르트 야콥이 쓴 내용이 흥미롭게 정리됐다. 간단히 언급하면 에테오피아의 고원지대 카파에서 염소를 키우는 목동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염소들이 산으로 올라가 이상한 열매를 먹고 마구 날뛰는 것이었다.

목동 칼디는 그 열매를 따서 인근 수도원으로 가지고 왔다. 수도승은 ‘내가 한번 과일 주스를 만들어보리라’고 생각하면서 물을 채운 잔에 수저로 으깬 나무의 잎과 열매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검은 씨앗이 나타났다. 그런데 너무 딱딱해서 그 속을 열어볼 수가 없었다. 또한 찬물에서는 우러나지도 않았다. 그러자 수도승은 호기심을 갖고 장난치듯 그것들을 난로 위에 올려놓고 김이 날 때까지 가열했다.

그러자 씨앗을 우려낸 물은 마치 깊은 심연의 바다속 같이 검게 변하면서 끓기 시작했고 양철 냄비 위로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나갔다. 수도승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그 물을 한 잔 가득히 따라 마셨다. 끔찍이도 쓴 맛이 났다. 마치 사용이 금지된 역청이나 석탄이 되어버린 흙, 어떤 똥냄새 같은 것도 풍겼다. 며칠 후 수도승은 마술에 걸린 것처럼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갈비뼈에서 심장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땀이 약간 났고 사지가 기분좋게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현현해졌다. 수백 가지의 세세한 부분까지 명확해졌다. 그 이후 수도승들은 동료들과 함께 밤마다 커피나무에서 우려낸 음료들을 마셨다. 그들은 감사다는 마음으로 그 묘약에 이중적 의미가 담긴 이름을 붙였다. ‘카파지방에서 유래 된 것’이라고 부를 뿐만 아니라 ‘카봐(kawah)’, 즉 흥분하는 것, 높이 솟아 오르는 것, 날아가는 재주를 가진 것이라고 불렀다.
커피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다. 칼디가 어느 시대 사람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어쩌면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에 유래에 대해 얘기할 때 ‘아주 먼 옛날’이라고만 한다.

커피의 생산국을 얘기할 때 에티오피아냐 예멘이냐 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예멘은 아라비아 남단에 있고 홍해를 사이에 두고 에티오피아와 마주 보고 있다. 1000년동안 커피의 시원지는 예멘으로 알렸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커피나무를 발견한 나라는 에티오피아이며 예멘에서 경작돼 유럽으로 전파됐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가을바람이 추워지고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런 시기에는 커피가 더욱 생각난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에 온기를 불어놓고 친구·연인들과 정겨운 얘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마음이 더욱 따뜻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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