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너머에 꽃핀 수눌음...세계 무대로 나눔의 삶 실천
앵글 너머에 꽃핀 수눌음...세계 무대로 나눔의 삶 실천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10.27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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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진작가 박경배씨
제주원형 카메라에 담은 1세대 사진가
올레길 주요 테마로 제주인 인생 기록
테크닉보다 예절 중시, 피사체와 교감
에티오피아 등 해외서 교육.선교 활동
박경배 작가가 세계제주인대회가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내 돌하르망 조형물 옆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사진작가의 재능을 살려 봉사의 삶을 실천해온 이가 있다.

선교사로서 사랑을 곁들여 국내외를 누비며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왔다.

세계를 무대로 나눔과 베풂의 인생 궤적을 그려온 그는 제주인 정신의 핵심은 단연 도전과 개척, 근면이라고 했다.

주인공은 제주출신 사진작가 박경배씨(71).

본지가 지난 10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린 2019 세계제주인대회에 참가한 박씨를 만났다.

1세대 사진가제주의 원형 기록

박씨는 사진작가로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출신이다. 서재철(제주일보 객원 대기자)고길홍 작가 등과 더불어 제주지역 1세대 사진가다. 박찬식 전 제주학연구센터장의 형으로 7남매 중 맏이다.

박씨는 오현고 재학시절 자연스레 카메라를 접하며 사진에 입문했다. 친척이 일제 캐논카메라를 주고 간 것이 계기였다. 1990년 제주도미술대전 사진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1998년 서울과 제주에서 올해의 사진전도 열었다.

박씨는 1990년대 제주인의 삶의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았고 일부 작품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2007년에 기증했다.

특히 제주의 원형을 천착하던 박씨는 올레길을 주요 테마로 사진작업에 몰입했다. 2007년부터 제주올레코스가 조성돼 걷기 열풍이 불기 전의 일이다. 주택에 진출입하는 제주 특유의 길을 일컫는 바로 그곳이다.

아내 김희중씨(65)와 함께 세계제주인대회에 참가한 박씨는 올레길은 제주인에게 매우 상징적인 곳이다. 생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곳이다. 과거 아기가 탄생하면 금줄을 올레에 걸었고 상여가 나가는 곳 또한 올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내 김씨는 경기도 양평 출신으로 제주결핵협회에서 33년간 일했다.

박씨는 제주에 한창 골프장 개발붐이 일던 시절 골프사진도 전문적으로 촬영했다. 사실상 국내 1호 골프 프로사진가였다. 15년간 전국 골프장 사진을 촬영했고 사진집도 펴냈다.

박씨는 사진 촬영에서 테크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절이라며 올레길을 찍으려고 해도 무턱대고 카메라 버튼을 누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제주의 원형을 담기 위해서는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과 교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르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경계심이 발동하죠. 절대 자연스런 모습이 나올 수 없습니다. 평소 살아가는 진짜 제주인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교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매너(예절)입니다.”

박씨는 제주사람이 본래 사는 모습을 담아야 가치가 있다. 본연의 모습, 주민들의 내면을 그대로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 보는 이에게 여운이 남고 예술적인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카메라를 들이대고 인공적인 모습만 건드려선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세계제주인대회에서 만난 박경배 작가 부부.

세계 곳곳 누비며 봉사의 삶 실천

박씨는 자신의 재능인 사진을 통한 봉사의 길을 걸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서울에서 한국기독사진가협회를 구성해 회장을 맡았고, 한국기독사진가선교회를 만들어 회원들을 모아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벌여왔다. 1998년부터 제주와 전남, 부산, 강원 등지에서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무료 촬영해주는 봉사활동도 벌였다.

박씨는 8년 전부터 선교사로 에티오피아를 찾아 교육봉사와 선교활동을 벌여 왔다. 아내 김씨는 2012년부터 4년간 무료 개안(開眼)수술 봉사활동을 하는 비전케어의 에티오피아 지부장으로 활동했다.

박씨 부부는 20163월 교육활동 로컬 NGO‘HAPO코리아를 설립해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후 학교 후원과 교육 봉사활동을 추진해 왔다.

박씨는 “‘HA’‘PO’는 영어로 치면 ‘A’‘Z’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의미한다사진을 통한 봉사활동은 나의 존재 이유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로 선교활동을 나가 봉사 활동하는 꿈을 꿨고 몇 년 전부터 실제 많은 나라를 다니며 실천하고 있다에티오피아는 알고 보니 625 참전국이었다. 우리가 은혜를 입은 나라였다. 지금은 최빈국으로 전락했는데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에티오피아 인구가 1억명이 넘는데 18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70%를 넘는다. 그만큼 희망이 넘치는 나라라며 그들에게는 교육이 절박한데 교육제도가 미비하다. 작은 힘이지만 아이들의 교육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625 한국전쟁 참전국이다.

에티오피아는 19514월 강뉴대대 장병 6037명을 625전쟁 중인 한국에 파병했다. 12명이 전사했고 536명은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참전용사 200명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에티오피아의 자연전통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해 오던 중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고향을 찾아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특별전을 개최했다. 사진전 타이틀은 리멤버 강뉴(Kagnew)’. 강뉴(또는 카그뉴)는 에티오피아어로 격파하다란 뜻이다.

박씨는 고향을 떠나 살다보니 새삼 내 몸 안에 제주인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곤 한다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니 제주도민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 근면성, 적극성 등이 유독 강하다는 점을 알았다. 제주인 특유의 차별화된 기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도민들의 공동체 정신은 에티오피아 국민과 유사하다봉사활동 과정에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전정신과 근면성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내게는 자연스럽게 체화된 만큼 그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과정에서 전파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계제주인대회에 대해 해외에 나가있다보면 사실 제주인보다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스스로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제주인대회에 참가해 제주인이란 사실을 자각했다. 내 삶을 지탱해온 정신문화의 근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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