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영어동화책이 인생 고민하고 우정 쌓는 매개체 역할 '톡톡'
[제주일보 기획]영어동화책이 인생 고민하고 우정 쌓는 매개체 역할 '톡톡'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10.23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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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나도 저자다!’-(3)서귀포고 동아리 ‘7 Dwarfs(일곱 난쟁이들)’

남학생들이라고 해서 감성이 메마른 것이 아니었어요. 감정을 겉으로 자주 표현하거나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누구나 마음속에서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작가였어요.”

어느새 시즌 2’마저 막바지에 돌입한 서귀포고(교장 정성중) 동아리 ‘7 Dwarfs(일곱 난쟁이들)’ 김수희 지도교사가 내린 결론이다.

‘7 Dwarfs’는 학생들 스스로 영어 동화책을 출판하기 위해 모인 자율 동아리다.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는 남학교여서 그런지 동아리 부원을 모집해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평소 영어에 관심이 높았던 준상이도 단순한 흥미로 발을 들여놨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찌어찌 모인 ‘7 Dwarfs’는 굳이 영어를 아주 잘해야 할 필요가 없고, 모두가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이 역할 분담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 등을 함께 나누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스토리를 구상하고, 대사를 다시 영작하고, 그림을 그린 후 색깔을 칠하고, 이를 컴퓨터로 편집하는 일련의 작업은 상당히 길고도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현우는 짧은 문장에 자기 생각을 담는 게 너무 어려웠고, 준상이는 만화작가의 고충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절실하게 느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7 Dwarfs’ 멤버들은 수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림을 담당한 현우는 스토리를 쓴 준상이와 각 장면의 그림 위치와 색깔 선정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맞댔다. 물론 구성원 모두가 방과 후에도 학업과 미술공부 등 장래를 위해 각자가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아 시간을 맞추는 게 최대 난제였다. 그럴 때면 우선적으로 전화가 이들을 이어줬고, 결론은 나중에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작품의 마무리는 문정이의 몫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편집기술을 독학한 문정이는 친구들의 작업이 끝난 후 밤을 새다시피 하며 완성본을 만들어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I am happy’는 병재, 세진이, 세훈이, 민상이가 함께 만들어낸 동화책이다. 4명이 공동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사소한 문제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진심어린 대화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시즌 1’이던 지난해 이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4권의 책을 마주하게 됐다. 책 출판은 그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자 뿌듯함이었다. 세훈이는 동화책을 만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 너무 신기했다고 당시를 회생했다. 현우는 동생에게 책을 선물했다장차 디자인계열로 진학할 계획인데, 미리 팀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병재와 민상이는 색칠이 연하고, 어설프게 그리는 것이 많았다. 처음 하는 일이라 협업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2’에서는 그 같은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창작에 나서고 있다. 민상이는 작년과는 달리 작업에 스피드가 붙고 채색도 잘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병재도 처음보다 훨신 수월하다시나리오를 같이 쓰면서 문장이 잘 이해되는 것을 느꼈고, 영어실력도 느는 것같다고 피력했다. 세민이는 친구들과 남아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정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I am happy’ 팀이 첫 작품은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였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가정이었다.

시즌 2’의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에게 동생이 생기면서 주위의 관심을 뺏기게 되지만 여러 일들 속에서 다시 동생을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중한 내 동생.’

과연 나는 행복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 질까.’ 문정이는 친구들과 동화책을 만들면서 생각이 많다.

바쁜 고교시절. 이미 손을 떠난 지 오래된 것 같던 영어동화책이 인생을 고민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줄이야.

김수희 교사는 주제 선정 과정이 오래 걸렸지만 한 친구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다른 친구는 또 수정해주며 왕성한 의사 소통을 토대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친구들이 대견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웃기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부터 심각한 자신의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화의 과정 그 자체가 힐링의 시간이라고 소개한 후 자신도 학생들과 함께 어릴적 동심의 세계로 젖어든다며 행복해 했다.

현재 서귀포고 일곱 난쟁이들(7 Dwarfs)’7명이 아니라 2학년 8, 1학년 4명 등 모두 12명이다. 이들 고교생 저자들은 올해 또다시 4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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