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여순에 올 줄이야”…아픔의 역사 함께 보듬다
“살아생전 여순에 올 줄이야”…아픔의 역사 함께 보듬다
  • 김지우 기자
  • 승인 2019.10.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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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생존수형인 오희춘 할머니, 여순사건 희생자 추념식 참석
"제주·여순 함께 단합해 희생자 명예회복 이뤄지길 바란다"
지난 19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오희춘 할머니.
지난 19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오희춘 할머니.

“살아생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까지 참여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

19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오희춘 할머니(89)는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1948년 여순사건 발발 당시 오 할머니는 형무소에 있어 사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여순지역 사람들이 형무소에 끌려오면서 여순사건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 할머니는 “여순지역 사람들과 형무소 내 죄수복 제작 공장에서 같이 일도 하고, 밥도 먹으며 친하게 지냈다”며 “내가 제주에서 왔다고 살갑게 대해준 게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70여년의 세월이 흘러 여순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직접 이곳을 찾은 오 할머니는 여러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오 할머니는 “여순사건 추념식에 참여해 흐뭇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4·3은 올해 사실상 무죄선고인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여순사건은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오 할머니는 “여순사건도 하루빨리 명예회복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여순사건과 관련해 이 지역에서 단합이 잘 안 이뤄지는 것 같다. 제주와 여순이 함께 단합해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오 할머니를 비롯해 제주4·3도민연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 관련 단체에서 100여명 참석해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함께 기렸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여수와 순천지역에서 추념식이 따로 진행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소통을 통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작업들을 시급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4·3과 여순사건은 역사적 공동체로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올해부터 여순사건 유족회와 교류를 시작해 연대를 벌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날 추념식에서는 여순사건 진상규명에 있어 제주의 역할이 강조됐다.

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전남 여수시을)은 “4·3사건이 없었다면 여순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4·3은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사과, 피해 배·보상까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여순사건은 진실을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며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제주에서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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