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 기암절벽이 품은 ‘십만미륵불’의 도량
황하 기암절벽이 품은 ‘십만미륵불’의 도량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9.10.17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부. 중국 서부 닝샤-깐수-칭하이를 가다(5)
-간수성 적석산 병령사 석굴
병령사 석굴 불상 가운데 가장 거대한 석불인 171굴 현암좌불. 당대에 조성됐으며 높이가 27m에 달한다.
병령사 석굴 불상 가운데 가장 거대한 석불인 171굴 현암좌불. 당대에 조성됐으며 높이가 27m에 달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먼저 계획할 것입니다. 몽골 여행을 마치면서 우선 티벳을 가고 싶었고, 그 다음이 실크로드였답니다. 그런데 티벳은 사정상 갈 수 없어 실크로드로 향했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도착한 실크로드, 그 중에서도 불교 유적이 가득 담긴 둔황(燉煌·돈황)에 도착하기 전날 밤 저는 둔황 절벽 위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기대하며 찾아간 둔황 막고굴(莫古窟)을 들어선 순간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보호가 중요하다지만 온통 철망 속에 가둬진 것 같아 예전에 TV에서 본 모습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실크로드의 대표 유적으로 꼽히는 곳이 이 막고굴입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동굴 속에 있는 다양한 불상과 벽화로 유명합니다. 관람객이 엄청나게 몰려 어쩔 수 없다지만, 너무 과다한 보호시설이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둔황을 나와 적석산 병령사 석굴로 향했습니다. 둔황 막고굴, 천수시 매적산 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의 하나로 아직 원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랍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설명을 듣기로는 병령사 석굴은 황하 북안에 위치해 516국 시대인 420년 서진 시대부터 시작해서 명대까지 조성됐고 당나라 때는 용흥사(龍興寺), 송나라 때는 영암사(靈巖寺), 명나라 영락제 때 병령사(炳靈寺)로 개칭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병령은 티벳어로 선파병령(仙巴炳靈)을 줄인 것인데 십만미륵불(十萬彌勒佛)의 의미를 지닌답니다. 즉 병령사는 십만미륵불이 머무는 도량이란 뜻을 지닌 석굴사원으로 황하를 굽어보는 황하석림과 이웃해 있는 적석산 아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병령사 석굴 입구.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 솟아 있어 눈길을 끈다.
병령사 석굴 입구.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 솟아 있어 눈길을 끈다.

어느새 적령산 황하강변에 도착해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위가 우뚝 솟은 절벽 사원이 있는 곳에서 내려 바위 사이를 돌아 나오는 코스로, 거대한 바위마다 석굴이 조성됐습니다.

이곳에는 183개의 석굴에 석불 694, 소상 82개가 있고 900면적의 벽화가 남북으로 200m에 걸쳐 분포됐답니다. 볼거리가 많아 구석구석 잘 봐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부지런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막고굴은 입구부터 철망이 세워졌지만 병령사는 아직 보호시설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올라갈수록 크고 작은 석불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석불들은 용흥사로 불리던 당나라 때 가장 활발하게 조성됐고, 송대에 이르러서 토번(吐藩)에 함락되고 나서 다소 수리가 이뤄졌답니다. 그러나 청나라가 통치하는 기간 몇 차례 민족 분규로 훼손됐고 1951년에 이르러 조사와 연구, 복원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했답니다.

석굴은 크게 상사(上寺), 중사(中寺), 하사(下寺)로 나뉘는데 특히 북위 효문제(471~499), 선무제(500~503) 때 조성된 석굴로는 172, 169, 184굴 등이 대표적이며 북위 후기(512~515)에도 대대적으로 석굴이 만들어졌답니다. 한때 티벳 세력이 병령사 일대를 지배했고, ()나라 때는 라마교가 서북 일대를 점령한 바 있어 상당수 벽화에 덧그린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만들어진 석굴들 정도만 볼 수 있는데 가장 오래된 169굴은 보수 중이라 공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참 올라가니 병령사 석굴 불상 중 가장 거대하다는 171굴 현암좌불이 나타납니다. 당대에 조성된 27m 높이의 불상으로 상반신은 천연 석주를 활용했고 하반신은 찰흙을 이용해 만들었답니다. 현암좌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된 석굴들이 조화를 이뤄 장관입니다. 본래 석굴 아랫부분에 있던 와불상은 댐 건설로 물이 차올라 보존에 어려움이 있어 따로 절을 지어 실내에서 보관한답니다. 그동안 많이 훼손돼 보수 중인데 지나치게 보수를 한 듯해 살짝 실망감도 듭니다. 그래도 중국의 3대 석굴 중 가장 원모습을 간직했다는데 옥에 티인 듯 보입니다.

이 병령사 석굴도 20146월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국이 공동 신청한 실크로드 구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그 덕분에 미공개 석굴과 벽화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병령사에는 183개의 석굴이 있는데 그 안에는 크고 작은 불상과 벽화들이 장식돼 있다.
병령사에는 183개의 석굴이 있는데 그 안에는 크고 작은 불상과 벽화들이 장식돼 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