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흐름의 심리적 역할과 상호 작용
교통 흐름의 심리적 역할과 상호 작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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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정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올해 8월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차량대수는 583,200여대로 작년 8월에 비하여 8.6% 증가하였다. 캐피탈 차량의 증가가 주요인이라 하지만 타도시보다 높은 차량보유대수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퇴근시 교통 혼잡은 말할 나위 없고 정체에 따른 끼어들기나 칼치기 운전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습관적으로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차량정체가 심해지면서 시간적 압박으로 인해 아슬아슬한 끼어들기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고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운전 중에 욕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교통의 흐름은 도로의 차로수와 상태, 출퇴근시간이나 사고와 같은 상황적 요인, 교통신호의 연동과 같은 시스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차로수의 확대는 교통수요를 감안한 장기적인 문제이지만, 특정구간에서의 지속적 병목은 일부도로의 확장이나 우회방식의 도입을 통하여 개선할 수 있다. 도로의 파손과 같은 유지보수의 문제는 신속하게 파악하여 대응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출퇴근시간의 조정문제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문제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와 같은 일시적 병목인 경우에는 교통정체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통정체 정보의 적시제공에 따른 교통량 분산방법과 차량의 진행속도에 맞춰 신호가 변하도록 하는 연동신호제의 효율적 운영일 것이다. 최근 일부 구간에서 교통신호 연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과거에는 그럭저럭 연계되었던 신호연동시스템이 최근 버스전용차선의 도입, 제한속도의 변경, 과속방지턱이 설치되면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호연동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원활한 교통흐름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과정에서 계속하여 빨간불에 걸려 정지해야 한다면, 오늘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정체된 경우에는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칼치기나 과속주행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통사고의 발생은 해당지역의 교통 혼잡은 물론 주변까지 교통정체로 이어져 또 다시 시간압박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교통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교통정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통흐름은 도로의 구조와 시스템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주변 운전자의 운전태도와 상호작용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의 수단으로 자동차를 선택하지만, 이들이 운전하는 목적은 각기 다르다. 시간에 맞춰 빨리 가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운전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은 여유롭게 운전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항공기나 선박의 탑승시간에 맞춰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추월차선이 생긴 것이다. 바쁜 운전자들에게 추월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추월차로인 1차선에서 2차선의 저속차량과 비슷한 속도로 운행한다면 교통체증이 발생하면서 끼어들기와 칼치기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운전과정에서 자신의 차를 추월하는 차량이 많다는 것은 자신이 저속운행을 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저속차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추월차선을 점유하는 행위(Lane Hogging)에 대하여 벌금 100파운드와 벌점을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일정속도 이상으로 운전하지 않으면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 벌금을 매기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저속운전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저속운전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저속으로 인하여 뒤의 자동차들이 계속하여 정체가 된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는 구조적 요인이나 연동신호와 같은 시스템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개별 운전자의 올바른 운전태도와 습관도 중요하다. 저속운전만이 능사는 아니며, 정속으로 운전하고 있을지라도 고속차량을 위하여 1차선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사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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