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에서 빨래한 물로 채소 씻는다고?
용천수에서 빨래한 물로 채소 씻는다고?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10.17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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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리 엉물 일대 주민 이용 모습 형상화 조형물 설치 위치 부적절 지적
이용 과정서 수질오염 감안 지점별 용도와 안 맞아 자칫 전통 왜곡 우려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해안가에 있는 용천수 일대에 과거 주민들의 이용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됐지만 설치 지점의 문제로 자칫 전통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곳에 빨래하는 여인의 조형물이 채소 씻는 여인보다 상류지점에 위치한 것은 과거 용천수를 이용할 때 수질오염을 감안해 지점별로 정해졌던 용도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조천읍 조천리에 따르면 마을 용천수인 속칭 엉물 일대에 아낙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3기가 지난 9월에 설치됐다.

물허벅을 진 여인은 조금 떨어져 있고, 빨래하는 여인과 채소를 씻는 여인이 비교적 근접거리에서 용천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형태로 엉물을 이용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빨래하는 여인이 채소를 씻는 여인보다 상류지점에 설치됐다는 점이다.

용천수는 과거 주민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수질 오염을 고려해 상류지점은 식수와 음식물 세척에 쓰이고 하류는 마소를 먹이거나 빨래를 하는 데 활용됐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임모씨(46)용천수는 과거 주민들에게 중요한 생활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소통무대였는데 그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돼 정겹고 보기 좋다면서도 다만 조형물의 설치 지점 때문에 빨래한 물로 채소를 씻는 모습이 돼버려 아쉽다. 전통이 왜곡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천리 관계자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용천수 이용 지점에 대해서는 미처 고민하지 못했다빨래하는 여인이 채소를 씻는 여인보다 상류에 위치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게 맞다. 마을 임원들과 협의해 조형물의 위치를 바로잡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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