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維新)
10월 유신(維新)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10.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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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386’이라고 불리는 50대 이상 세대들에게 정치적 의미로 10월 규정지으라고 하면 ‘유신(維新)’을 떠올릴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10월 17일 오후 7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개 항의‘특별선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해산 및 정치활동 중지하고 일부 헌법의 효력을 중지한다. 둘째, 정지된 헌법의 기능은 비상국무회의(당시 국무회의)가 대신한다. 셋째, 평화통일 지향의 개정헌법을 1개월 내에 국민투표로 확정한다. 넷째, 개정 헌법이 확정되면 연말까지 헌정질서를 정상화한다.

비상국무회의는 열흘 후인 27일 헌법 개정안을 공고하고 11월 21일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91.9%의 투표율과 91.5%의 높은 찬성률 ‘유신헌법(維新憲法)’이 확정됐다. 이어 12월 15일 2359명의 대의원들이 선출돼 ‘통일주체국민회의’를 구성하고 23일 이들의 간접선거를 통해 박정희가 제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27일 정식 취임해 제4공화국이 출발했다.

이후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73년 유신헌법개정 100만인 서명운동, 1975년 민주회복국민회의 결성, 1976년 민주구국선언, 1979년 부마민주항쟁 등 유신독재체제에 항거하는 민주세력의 투쟁이 계속 됐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이렇 듯 유신은 사전적 의미로는 ‘낡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한다’라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정반대의 정치적 의미를 가져왔다.

하지만 2019년 10월 대한민국에서는 또 한 번의 유신의 바람이 불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유신은 40여 년 전의 유신과는 정반대인 낡은 제도를 새롭게 고치기 위한 유신의 사전적 의미를 온건히 지켰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유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은 오전 ‘검찰개혁 추진상황 발표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이날 특수부 축소·폐지 방안과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 등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국민 중심의 검찰 조직 문화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라며 “기수 서열, 상명하복 중심의 권위적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사와 검사, 검사와 직원, 조사자와 피조사자 사이에서도 ‘인권존중’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라며 “오늘의 노력이 모여 몇 년 후의 미래 검찰 모습은 ‘사람이 먼저다’를 가장 앞서서 실천하고 있는 ‘국민, 인권 중심의 검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조 장관은 3시간 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에 마침표를 찍는다”라며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라며“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라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66일 전 장관에 지명되면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조국 블랙홀’현상은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조 장관 이슈’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며 진영 간 대립의 모습까지 보였지만 우리 사회의 남은 적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조 장관 개인에 대한 찬반을 떠나 대부분의 국민들 사이에 대한민국 건국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여겨졌던 검찰의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이제 검찰 개혁에 대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답을 해야 하게 됐다. 이제 국회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처리해 개혁 입법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야흐로 ‘여의도의 시간’이 왔다. 하지만 여의도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는 이제 진정한 유신을 이뤄야 할 때이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이 여의도를 불태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19일에 또 광화문으로 간다고 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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