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초와 함께 떠난 여행
동심초와 함께 떠난 여행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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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춘망사(春望詞)를 가곡으로 번역한 동심초를 흥얼거리며 장장 열시간 넘게 날아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였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바다, 빼빼로를 닮은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번 여행은 못 가면 평생 후회한다는 지인의 말에 힘입어 같은 마음으로 모인 민초의 뜻을 지닌 동심초 회원들과 여행길에 동참했다. 동심초의 이념인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제안을 제시하며 봉사한다는 정신으로 모처럼 얻은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보다 긍정적인 견문을 넓히려고 가는곳마다 메모를 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심도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가 만나 융합하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한국과 터키는 동맹국으로 형제의 나라라고 들어왔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터키는 자유를 위해 독립 전쟁을 겪은 경험이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이 독립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터키 정부는 지원군을 파병했다. 그리하여 우방국으로서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랜드 바쟈르를 찾았다. 비잔틴 시대부터 현재 바쟈르가 있는 장소로 무역의 중심지다. 상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유독 친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거쳐서 가는 곳이다. 가죽제품이 유명해서 온통 반짝이는 물건들과 화려한 문양의 장신구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유혹한다. 너무 크고 화려하여 눈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기라도 하면 일행들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장소였다.

석산을 이루는 드넓은 모래성과 동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버섯 모양의 희귀한 기암괴석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지대, 전용버스를 타고 여행하다 또 다시 비행기로 갈아탔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관리되어 보존하고 있는 곳,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예술품이다. 야간 관광이 어우러진 지중해 항구도시를 시작으로 터키의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에페소까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많은 아쉬움이 교차한다.

강행군을 한탓에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나그네는 길 위에 눕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성향이 동화되어 같은 향기가 난다. 동심초 역시 지란지교의 우정처럼 맑고 깨끗한 향기에 동화되어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우리이기를 기대해 본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이해진익어가는 가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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