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맛(味) 이야기
세상 속 맛(味) 이야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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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조국 두 개 있어요!”

식당 홀 아주머니가 주방을 향하여 또렷이 전하는 말이었다. 술벗끼리 잔을 채워주며 술말을 나누고 있었다. 술국으로 조갯국 두 그릇을 주문했더니, 조갯국이 조국으로 바로 바뀌었다. ‘자장면 곱빼기를 주문하면, 주방으로 전달되는 소리는 짜곱이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어에서도 아침(breakfast) 겸 점심(lunch)’아점(brunch)’으로 축약되는 것이 경제언어현상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갯국이 조국으로 되는 순간, 두 술벗은 얼굴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어찌하여 이곳에까지 미디어의 그 조국이냐? 술벗끼리 물음·답변들이 오간다. ‘네 조국은 알맹이가 어때?’, ‘껍질은 번듯한데, 속은 모르겠네’, ‘껍질이 무슨 말 하는지 아니 들리나? 처음부터 끝까지 모른다야’, ‘껍질이 속을 알리 있나? 나는 껍질이지, 안에서 하는 일은 모릅니다. 나는 관여도 하지 않았다’, ‘봐라! 이 조개는 속이 텅 비었네.’

 

맛있게 잘 먹었다마는, 돈 내는 걸 보니 맛이 없다.”

선친(先親)께서 하셨던 말씀이다. 제법 오래 전 일이다. 제주시 중앙로 쪽으로 주말 바람쐐기를 가던 중이었다. 평생 시골농부이셨던 아버지와 마주쳤다. 삼성혈행사에 다녀온다면서, 넥타이 정장이 조금 생뚱스러워도, ! 얼마나 반가운가.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잘한다고 소문 난 쇠고기전골 식당으로 모셨다.

그 당시는 신용카드 시대가 아니었다. 식사 후 아내에게 아버지를 밖으로 모시고 나가라 해놓고, 현금지불을 했다. 아버지께서 궁금하신 것은 음식값이었는지, 나가시는 척 두어 발짝 되돌아와서 만원 지폐가 몇 장 나가는 것을 보신 것이다. ‘고맙긴 한데 돈 내는 걸 보니 맛이 사그라지네.’

선친 기제(忌祭) 때 쇠고기 갱()국은 지금도 그 말씀을 향연(香煙)처럼 되살린다.

 

연상(聯想)효과가 큰 것이 맛()이다. 음식맛이 세상의 단면에 부딪혀 굴절되고 만다. 맑고 시원한 술국, 그 조갯국이 조국으로 비칭(卑稱)되는 세상, 이 세상에 대하여 어떻게 말을 할까?

 

세상(世上)은 무엇인가?

인간()어우러짐의 존재이다. 인간()의 위쪽 두 가로획은 어우러짐이다. 가운데 짧은 가로획은 부부의 맺음이며, 맨 아래쪽 가로획은 땅이다. 세로획은 모두 인간들이다. 오른쪽 짧은 두 세로획은 부부이다. 땅위에서 서로 어우러짐이 세상이다.

()은 무엇인가?

손님이 조금 짜다하면 ! 그렇습니까?’라며 육수를 한 컵 가져오면, 고마운 식당이다. ‘싱겁다는 손님도 많아요.’ 이렇게 응답하는 곳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은 완성이 될 수가 없다. ()이 보는 맛(+)아직도 아니다()’는 뜻이다. 아내가 해주는 평생음식도 완성 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아내의 음식이 완성 될 때가 있다. ‘맛있다라고 남편의 평어(評語)가 나오는 순간이다. 식당에서 나올 때, 필자의 인사말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는 수····가 평어에서 수()이며, ‘잘 먹었습니다는 우()이다.

 

어우러짐의 세상에서도 평어는 있어야 한다. 대학입시전형이 그 본보기이다. 그곳에서 수()를 받으려고 맛을 속이려 들면, 세상은 그것을 알아챈다. 바로 뱉어 버린다. 이른바 조국으로 서울 두 곳에서 시위대가 운집되고 있다. 그 숫자버전으로 내년 총선으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검찰청·법원보다

더욱 서슬 푸르게

세상 속을 헤아려내는

국민의 맛()가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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