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집’
‘하늘 위의 집’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10.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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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福券). 번호나 그림 따위의 특정 표시를 기입한 표(票). 사전 상 개념이다.

이곳 저곳 기록들에 의하면 복권을 처음 발행한 사람은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다. 로마를 불태우고 난 뒤 걸설 자금이 부족하자 복권을 팔았다. 복권으로는 노예와 집, 배 등을 주었다. 당시에도 일확천금의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인기가 좋았다.

우리나라도 복원의 역사는 오래다. 역사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복권은 ‘승찰(勝札)’이다. 승찰은 일본이 1945년 7월 태평양전쟁을 위해 발행한 것이었다.

이후 여러 종류이 복권이 사람들의 마음을 홀렸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복권의 대명사는 주택복권이다. 주택복권은 1969년 9월 첫 발매 이후 13년 7개월 574회 발매를 끝으로 올림픽복권에 자리를 내 주고 숱한 애환의 기록을 마감했다.

2002년 12월, 로또(Lotto)복권이 발생되기 시작하면서 주택복권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복권하면 주택복권으로 기억한다.

복권에 당첨은 곧 ‘내 집 마련’이라는 방정식이 서민들의 가슴에 박혀있다.

그 속은 진실함과 소박함이다.

#서귀포도 미분양관리지역

제주에 집들이 남아돈다. 그것도 한두 채가 아니다. 상황이 심해 지난해이후 공사가 중단돼 흉물로 남아있는 곳도 쉽지 않게 목격된다. 그 잘나가던 영여교육도시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분양 또는 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 일색이다.

주택뿐만 아니다. 다 지은 빌라나 타운하우스도 미분양 된 곳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충남 보령시가 빠지고 서귀포시가 새로 추가됐다. HUG는 2016년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 매달 발표해왔다. 서귀포시가 미분양관리 지역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제주시도 지난해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됐다. 제주 전체가 미분양관리지역이다.
올 8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미분양주택은 1223호에 이른다. 제주시 478호, 서귀포시 744호 등이다. 이는 공식 통계기록으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지금의 미분양 주택은 3~4년 전 제주전역을 휩쓴 부동산 개발과 폭등의 후유증이다.

제 2공항 신설 등 각종 개발 이슈와 관광특수를 타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맛보다가 최근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생긴 결과물이다. 주택과 토지 거래량이 줄어들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곳곳에 쌓인다.

#‘시장원리’로 풀어야

미분양 주택 문제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지방이 거의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해소책들이 제기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나오는 게 다름아닌 지방정부의 재정을 통한 해소다.

그러나 이는 하수중의 하수가 선택할 방법이다.

왜 미분양주택이 주기적으로, 어떤 연유에 의해 발생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디까지 민간업체의 책임을 묻고, 지방정부의 지원은 어디까지 한계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원칙을 분명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어렵고, 그것이 고용 증대와 경기 회복 등에 악영향을 준다고 해서 그저 미봉책으로 주택업체의 단기적 어려움만을 덜어준다면 귀중한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고서도 주택시장의 질서는 영원히 바로 잡을 수 없다.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하는 이유다.
지금 남아도는 주택 대부분엔 가격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 수도권 시세에 버금간다. 전국에서 몰려든 떳다방 업자들이 인위적으로 띄운 가격이다. 지금 그들은 종적을 감췄다. 여기다 업자들의 ‘한건’을 기대하며 담은 탐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집 없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쳐다보기조차 역겨운 하늘 위를 떠다니는 집들이기 때문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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