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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한 필지를 455명에게, 기획부동산의 덫
땅 한 필지를 455명에게, 기획부동산의 덫
  • 제주일보
  • 승인 2019.10.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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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부터 제주에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치면서 생소한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기획부동산’이란 곳이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인데도 마치 이득이 많을 것처럼 광고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이를 잘게 쪼개 판매하는 이른바 ‘지분 판매’ 방식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부동산업자들로서 이동식중개업소를 ‘떴다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이른바 경관 좋은 곳의 임야를 사들인 뒤 한 필지를 수십 개 또는 수백 개로 쪼개 현지 실정을 모르는 구매자들에게 판다.

지금도 제주에선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공공연하게 암약하고 있다. 제주지역 개발 호재를 미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까지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제주도내 땅 한 필지 당 소유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 한 땅. 신화역사공원 인근에 있는 이 땅 한 필지의 소유자는 무려 445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타지방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땅은 개발이 어려운 곳이다.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 조례에 따라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이다.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인 곶자왈 지역으로, 개발 행위나 산지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관련자 10명이 사기죄로 실형에 처해졌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만 434명, 피해금액은 221억원에 달했다.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내 공유인 50인 이상의 필지는 9월 기준 324곳으로, 전체 면적은 816만1936㎡에 이른다. 필지 당 평균 소유자는 148.8명에 달했다. 면적의 97%는 목장용지와 임야다.

문제는 이들 땅을 매입한 소유자들이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토지 자체에 대한 개발 또한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의 토지들은 개발을 추진한다 해도 전국에 흩어진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기획부동산에 의한 토지 쪼개기 문제를 파악,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다. 그렇지만 그 대책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보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지분거래가 많은 지역은 보전구역 해제 대상선정에서 반드시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땅 구입자들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으로는 수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투기세력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암적 존재다. 이들이 제주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더는 내줘선 안 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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