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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화책으로 우리 역사 바르게 알릴 거예요'
'영어 동화책으로 우리 역사 바르게 알릴 거예요'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10.0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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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나도 저자다!’-(2)제주여고 동아리 ‘영어동화제작소’

“우리가 별다른 관심이 없으면서 외국인이 우리 역사에 관심 가져주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제주여고(교장 진순효) 동아리 ‘영어동화제작소’가 ‘3·1운동 100주년’의 해를 맞아 우리 고장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 제주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알리기로 한 것이다. 어른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 같은 결정으로 ‘영어’와 ‘동화’가 외교의 도구로 변신했다.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책 쓰기, 그것도 고등학생들이 영어로 책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동화를 읽어만 봤지 실제로 책으로 만들 줄이야….

준비해야 할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독립운동을 글로 쓰려면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하고, 현장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느껴야 한다. 때문에 초등학생때 들렀다가 잠시 잊었던 제주항일기념관과 모충사를 찾고, 말로만 들었던 무오법정사항일운동 발상지까지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경선이는 “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찾아가니까 이미 가봤던 항일기념관이 새롭게 느껴지고 전시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윤아는 역사의 현장에서 지금의 평화를 생각하게 됐다.

역사적 사실이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만 있는 게 아니다. 동아리 친구들은 해외에서는 3·1운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관련 영어 논문과 당시 외국신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와 병행해 동화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그것도 영어로…. 영상으로 영어 동화를 풀어주는 ‘리틀 팍스’ 프로그램과 원서를 함께 보면서 컷당 알맞은 문장 수와 문장의 수준 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한권의 책을 여럿이 함께 만들려면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더욱이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영어를 좋아하고 출판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유민이는 기획파트에서 탈락해 대본파트에서 배정됐지만 친구들과의 작업에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해 나가는 분업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동아리를 담당하는 강문선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토론하고 경청하는 수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의견이 다른 경우 이를 빨리 조율해서 수습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좋은 의견을 수용하고 의견이 모아져서 다음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며 대견해 했다.

초등학생용과 중학생용 등 2개의 시나리오가 필요한데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매달린 결과 무려 7개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들 하나하나가 창의적이어서 배제하기가 아쉽다. 결국은 투표를 통해 대상을 압축해야 했다.

영어동화제작소 친구들은 그동안 쌓은 실력과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교내 축제인 ‘E&L페스티벌’에서 ‘3·1운동’ 홍보부스를 운영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태극기 식빵과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활용한 배지·휴대폰고리 만들기 체험을 준비한 영어동화제작소에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나영이는 “직접 독립선언서를 쓰고 영어로 번역해 크게 내걸었는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짜릿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삽화작업까지 끝나면서 힘들고 막막했던 작업도 어느새 종착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술부 친구들이 협업에 나서 삽화를 좀 더 폼 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더불어 원어민교사 등과 머리를 맞대고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다듬어 나가게 된다.

영어동화제작소는 23명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친 동화책이 완성되면 도내 초·중·고에 배부해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한편 도내 독립서점에도 기증해 알려나갈 계획이다.

“영어로 책을 써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면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갈수록 커지는 지금 역사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어요. 영어동화책은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리는 도구예요.” 예슬이와 희주, 유진이의 이야기는 영어동화제작소 친구들 모두의 마음이었다.

강문선 교사는 “교사는 옆에서 도와주는 입장일 뿐, 거의 모든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멋지고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쉽고 아름답게 우리 역사를 표현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 의미가 크다.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영어로 만들기 때문에 세계의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3·1운동을 따뜻하게 알릴 수 있었으며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어 동화책을 함께 만들며 영어동화제작소 친구들은 우리 역사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더불어 여고시절 잊지 못할 추억을 더해갔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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