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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한 시대의 생각과 문화를 엿본다
신조어, 한 시대의 생각과 문화를 엿본다
  • 제주일보
  • 승인 2019.10.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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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실 제주한라대 관광일본과 교수·논설위원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드러내듯 우리말, 우리글을 어떻게 보다 잘하고 잘 쓰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인식세계의 폭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쉴 새 없이 변하듯, 우리가 늘 사용하는 말 또한 변하고,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다르듯이 어제와 말과 오늘의 말이 다르다. 이처럼 언어는 사회변화를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드러내 보이면서 세상의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들어 있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상과 문화가 물결무늬처럼 깃들어 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이른 바, “통신언어”라 불리는 신조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주류문화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어휘나 어법으로 자기들만의 문화정체성을 드러내고 그들만의 언어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은 이제 애써 지식을 기억하려 하지 않고, 검색, 저장, 즐겨찾기를 생활화한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나 PDA, 컴퓨터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능력, 인지능력이 떨어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정보비만, 정보범람 속에 인터넷이나 유튜브의 정보를 잠시라도 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스스로 브레인 트레이닝의 과정을 뛰어넘어 앉으나 서나, 걸으면서까지 스마트폰에 매어버린 ‘스몸비(Smombie)족’들을 양산하고 말았다.
물론 신조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변화와 새로운 길을 추구하고 갈망하는 “신세대”들의 말이겠지만 언어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는 반면 한국의 ‘조어법’을 무시한 축약어나 은어・비어・속어・외래어 등의 무분별한 합성으로 한글체계를 파괴하는 역기능과 세대 간 의사소통장애 및 단절,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잡코리아 알바몬이 20~40대 직장인 8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2%가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를 느꼈고 신조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 해 검색해 봤다라는 답은 무려 86%에 달했다고 보고되어진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에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40.4%가 도대체 무슨말인지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생의 63.6%는 하루에 3회 이상 신조어를 사용한다고 답하고,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또래문화에 순조로운 적응과 소통을 위해서라고 42.9%의 답변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신조어는 1920년대부터 생성되기 시작했고, 국립국어원은 2016년 10월부터 혐오나 욕설, 비하의 뜻을 담은 말을 제외한 신조어를 인터넷 아카이브 “우리말 샘”에 수록해 우리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로 573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문화적 독립에서 문화적 영감으로 세상을 열다’ 의 슬로건으로 바른말・고운 말 쓰기 캠페인, 한글문화 체험, 초등학생 우리말 겨루기, 우리말 사투리 손 글씨 공모전 등 특색 있고 다채로운 행사가 전국적으로 개최되어지고 있다.
원회룡 도지사도 민족문화의 유산인 한글의 우수성과 더불어 중세국어가 보전되어 있는 세계 학술가치로 공인받고 있는 제주어의 체계적 보전방안과 육성을 통해 도민의 제주전통문화의 ‘자긍심’을 드높이고자 한글날 경축식을 거행한다.
또한, 제주어 보전회에서도 지난 10년이 제주어 보전을 위한 기초 작업이였다면 앞으로는 급변하는 언어 환경 속에서 제주어의 언어적 가치를 확고히 적립하고 제주어와 정체성, 제주어와 제주문화의 완전한 전승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미래를 아우르는 제주어 상용화를 위한 환경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조어가 난무하는 현재를 바라볼 때, 부디 한글의 ‘조어법’이 훼손 되지 않도록 언어정책의 조율이 필요하고, 얼굴을 맞대고 직접 나누는 아날로그적인 소통, 사유로의 회귀도 사뭇 기대해 본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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