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의 몇 가지 과제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의 몇 가지 과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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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등 농업 재해가 빈발하지만 재해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피해 농민들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 하다고 하소연이다.
그 비판의 중심에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지정 기준이 농업·농촌에 매우 불리하게 설계돼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고 여기에다 지원도 ‘껌값’이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피해 규모가 일정 금액(재정력 지수 0.1 미만인 시·군·구는 45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제주특별자치도는 피해액이 9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것도 릴레이 태풍 등 연관 재해가 합산되는 것이 아니고 개별 피해액으로 산정한다.
실제로 태풍 링링 피해액이 13억5635만원, 타파가 4억원으로 추산됐으니 지정 기준의 근처에도 못 가는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태풍 미탁도 피해가 컸다하나 필시 공염불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피해액 산정 대상이다.
주택·도로 등 시설물과 농경지 피해의 경우 유실이나 침수만 해당할 뿐이지 농작물이나 가축 등은 제외하는 것이 문제다. 아무리 많은 농작물이 폐작을 하더라도 피해액에 산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제도가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경감된다. 그렇다고 해도 피해를 본 개별 농가(주민)에 지원되는 복구지원비나 생계비 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개별 농가나 주민에게 ‘특별위로금’ 명목으로 직접 지원을 하기도 했지만 2005년 감사원의 지적으로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결국 농가 입장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건 아니건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자력 복구’에 맡길 게 아니라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련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농작물·가축의 경우도 피해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바로 특별재난지역에 준해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요구다.
여기에 연속적인 사건의 경우 피해 수치의 개별 계량화가 힘든 만치, 개별 피해를 산정할 게 아니라 통합 산정을 해줘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재산피해 외에 관광업계의 예약취소와 같은 무형의 피해도 폭 넓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릴레이 태풍을 계기로 현실에 맞게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 정비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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