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소년 출신 ‘에너지 전문가’…국가 정책을 이끌다
섬소년 출신 ‘에너지 전문가’…국가 정책을 이끌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10.0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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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국내 ‘기후변화 연구’ 이끈 권위자…정부 정책 수립 참여
“제주, 전력 수요 증가 빨라…카본프리 선언·실천 중요”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가 국가 에너지정책 등을 설명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가 국가 에너지정책 등을 설명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올 여름은 무사히 넘겼지만, 폭염과 열대야로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살기 어려운 시대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 전기요금의 적정성을 심의·결정하는 역할 등을 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에너지정책 전문가인 제주출신 강승진 교수(62)를 최근 연구실에서 만났다.

에너지정책 전문가로의운명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장에 취임한 소감을 먼저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전기위원회에서 하는 역할이 많아요. 전기를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선 전기요금에 관심이 많겠지만 발전사업의 허가나 취소 심의, 전기사업자들의 분쟁조정, 전력시장 운영에 대한 감시, 앞으로 예측되는 전기사용량에 따른 정책 등 산업과 정책 전반에 걸쳐 다 살펴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에너지정책 전문가인 그는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이자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1983년 첫 발을 내딛고 프랑스 유학을 거쳐 귀국 후인 2000년대 즈음부터 기후변화정책에 다른 이보다 먼저 관심을 갖고 국내에서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해 왔지만 처음부터 에너지 분야가 관심사안은 아니었다고 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공부를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시절, 취업을 선택했고 정부장학생에 뽑혀 원하던 유학을 가게 된 것.

서귀포 대포에서 시골 농부의 아들 형편이 좋을 리가 없지요. 그 시절 다 그랬어요. 영어 알파벳을 중학교 입학해서 알았으니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중3 때였는데, 아버지가 주신 5000원으로 참고서라는 걸 처음으로 샀습니다. 그 땐 5000원이 정말 크고 귀한 돈이었어요.”

당시 장학생으로 제주제일고에 입학한 그는 신나게 짱축을 즐기던 그 때를 기억했다. 제주제일고가 처음 교문을 연 옛 제주시 광양사거리 시절 이야기다. 친구들과 축구 내기시합을 해 진 팀이 빈 호주머니 대신 시계나 값비싼 소지품을 맡겨 식당 밥값을 계산하면 다음날 용돈을 모아 소지품을 찾아오는 식이다.

열심히 공부하던 덕에 수석졸업의 영광을 안고 막상 대학에 입학했지만, 암울했던 시대와 가난한 서울유학생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사회계열에 입학한 그는 2학년 전공을 고민하다 법학이 아닌 경제학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수학을 써먹을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매력이었고, 경제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합리적 인간에 대한 고민이 두 번째였어요. 그런데, 경제학 공부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실제 인간은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늘 떠나지 않습니다.”

 

인생의터닝포인트프랑스유학

대학졸업 후 에너지경제원에 입사한 뒤 프랑스 유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한국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프랑스의 떼제베(TGV)로부터 기술이전과 관련 한창 협력하던 시절이다. 경쟁을 뚫고 국비유학 기회를 얻은 그는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조금 늦은 늦깎이 유학생활을 이어갔다. 에너지환경분야에 관심을 가진 그는 박사학위를 안고 귀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기후변화연구를 총괄하는 연구책임자로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환경분야에서 본격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의 장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도 정부대표단으로 참여하며 한국정부의 목소리를 내는 데도 힘을 쏟았다.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관리위원회 위원, 지식경제부 녹색인증심의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 고유가시대를 경험하며 정부의 유가공개 조치 결정을 이끌어 내는 데도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2030년까지최종에너지14%감소

전기위원장으로서 현재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핵심을 묻자 강 교수는 우선 203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를 14%가량 감소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8번째로 에너지 다소비 국가예요. 1인당 전기 수요가 1년 총 평균으로 1kW, OECD 평균이 약 7000kW여서 30% 이상 높은 수준이에요. 학계에선 오래 전부터 전기요금 현실화방안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고 있어요. 전기요금이 비싸지는 만큼 덜 쓰게 된다는 설명이죠. 우리나라는 대부분 연료를 수입해서 전기를 만들어 발전하면서도 전기요금은 매우 싼 특수한 경우입니다. 전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정부정책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요.”

 

제주,에너지수요관리중요

제주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조언을 묻자 그는 제주도 전력 수요 증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요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과 인구 증가라는 조건을 무시할 수가 없지요. 다만 적정성도 검토해야 합니다. 전력사용량이 계속 늘어난다고 송전케이블선을 더 늘리거나 발전소를 계속 짓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카본프리아일랜드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전력을 들여오는 상황에서 도민들이 생활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을 전기사용량이 적은 밤 시간대에 충전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전기요금제를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수요관리는 전기수요 자체를 줄이도록 억제하거나 피크를 줄이는 방안이죠. 다만 수요억제정책은 주민들의 불편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늘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강승진 교수는…

서귀포시 대포동 출신인 강 교수는 중문초·‧중학교와 제주제일고(19),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재직 시절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 2대학교에서 유학, 자원·환경 분야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정책과 기후변화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하며 정부의 에너지환경정책 수립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산업부 전기위원장에 위촉됐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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