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값’
‘국회의원의 값’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10.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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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4·19 혁명이 난 이듬해 어느 날.
신동엽(申東曄, 1930~1969년) 시인은 당시 서울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30여 분 간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유명한 시를 울부짖듯 암송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4·19)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저항 시인 신동엽은 올해로 타계 50년이 됐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현재적 의미의 시인이다. 신동엽은 1970년대 이후의 참여 시인들에게는 한용운, 임화를 비롯한 카프 계열의 시인들과 이육사의 맥을 잇는 하나의 전범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어떻게 해서 국회의원의 값을 ‘5원’으로 매겼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얼마 후 터진 5·16으로 군인들에게 잡혀가 얻어터지는 부패한 국회의원들을 본 국민들은 아마도 그 시세를 ‘1원’도 쳐주지 않았으리라.

▲촛불 혁명이 난 지 3년째.
현재 20대 국회의 국회의원 시세는 얼마나 될까.
얼마 전 광주공항에서 만난 한 지인은 제주행 비행기 출발을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국회의원 시세가 4·19 이후처럼 똥값이라며 웃었다.
국회의원 배지 순금 값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필자와 학연, 지연 등으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이 여러 명인데 의원 배지를 달고 난 후 돌변한 모습을 보고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조직 논리에 개개인이 맞서기가 쉽지 않겠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요즘 ‘조국사태’이후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國會議員)이 아니라 국해의원(國害議員)이란 말이 또 회자된다.
의회정치가 사라지고 광장(廣場) 정치판이 된 마당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 2020 4·15 총선은 광장에서 막이 올랐다.
그리고 관심은 총선 이후 대선으로 이어진다.
4·19 이후 5·16 군사정권(박정희·전두환)에 이은 보수(노태우·김영삼), 진보(김대중·노무현), 그리고 보수(이명박·박근혜)에 이은 문재인 정부.
 다음 정부의 색깔은 어떨까.
내년 4·15 총선은 2022년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될 것이다. 제주지역에서도 금배지를 지키려는 자와 도전하려는 예비후보들 경쟁이 치열하다.
총선의 판세는 바로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들 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총선에서 이겼다고 반드시 대선까지 이긴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4·15 총선 후 주도권을 잡은 정당은 얼마든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 본 국회가 또 탄핵하자고 나서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벌은 가장 질 낮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한다.(플라톤)
세상을 바꾸는 일은 투표로 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광장에 모인 쪽수를 세는 코미디 정치판이다. 이런 식으로 한 쪽으로 너무 쏠리면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법칙이다.
3년 전 국정농단에 대한 반발로 촛불이 시대정신(Zeitgeist)이 됐듯이 다시 새 세상에 대한 시대정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년 4·19 60주년. 4·15 총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까.
필자 생각엔 진보와 보수 트랩에 빠져 진영 논리에 파묻힌 후보들은 외면받을 것이다. 대신 좌우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치인,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후보는 환영받을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값’도 제대로 평가됐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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