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연쇄 태풍'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불가
이례적인 '연쇄 태풍'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불가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10.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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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지정 기준인 ‘피해 금액’ 재난별로 개별 집계
링링-타파-미탁 등 잇단 영향에도 누적 피해 반영 안돼
농작물 피해는 면적만 포함…환경 변화 맞춘 정비 필요

가을장마에 이은 이례적인 ‘연쇄 태풍’으로 제주 섬 전체에 커다란 생채기가 났지만 현행법상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으면서 지방정부의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기상 이변에 따른 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정비하는 등 환경 변화에 맞춘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피해 금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선포된다. 제주도는 전체 피해 금액이 90억원을 넘어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를 위한 국비가 추가 지원된다.

예컨대 복구 예산이 200억원일 경우 제주도는 63.8%의 국고추가지원율을 적용받아 7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이 경우 지방비는 130억원만 투입하면 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남은 70억원을 제주도 자체적으로 피해 복구에 추가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인 피해 금액이 재난별로 각각 반영되면서 기상 이변에 따른 누적 피해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태풍 링링에 따른 제주지역 피해액은 13억5635만으로 추산됐으며, 타파는 4억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우박과 강풍을 동반해 강도가 더욱 셌던 미탁은 현재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며, 6일 괌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도 제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한 태풍 피해 금액을 합산하면 누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각 개별 피해 금액은 90억원을 넘지 않으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도 불합리하다.

현재 정부는 농작물의 경우 농경지의 유실·매몰 및 침수 등에 따른 ‘피해 면적’만 집계하고 있다.

태풍에 따른 낙과나 고사, 부패, 폐작 등 작물에 대한 피해는 산정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피해 규모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의 경우 링링-타파-미탁 등 연쇄 태풍으로 발생한 전체 피해의 90% 이상이 농작물에 집중됐지만 피해 금액은 현실보다 적게 추산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재난 피해에 따른 정부의 지원 방침 자체가 ‘자력 복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국비 투입 등 실질적인 지원 규모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태풍 피해가 농가에 집중된 올해의 경우 추산된 피해 금액은 실제 피해 규모의 약 10분의 1 정도”라며 “태풍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개별 태풍 피해 금액을 합산해 집계하는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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